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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포스팅은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소설 삼국지가 아닌 정사의 삼국지를 다룸을 알립니다.



1. 원소, 천하의 주도권을 잡다.

때는 후(後) 한나라 말기.

사대에 걸쳐 재상급에 해당하는 삼공이란 벼슬에 올라 '사세삼공'이라 불리우는 명문가의 기둥이자, 그 명망에 걸맞게 무도한 동탁에 대항하는 반군연합의 맹주가 됨으로서 충의지사로도 천하에 이름을 떨쳤던 원소.

(하북은 황하 위의 기주, 병주, 청주, 유주 4개주를 뜻하며 원소는 유주만을 남겨둔채 공손찬을 구석에 몰아넣었다.)


그리고 끝내 하북의 라이벌, 공손찬마저 곤경에 몰아넣음으로서 중원의 핵심인 하북의 절대강자에 오르기 직전상황까지 왔다.

모든 싸움에서 패배한 공손찬이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역경성'에 틀어박혀 수비만하는 것 뿐이였다.

(중앙정부가 붕괴되어 일어난 군웅할거 시대의 혼란스러운 상황들)

전국이 쪼개지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일개 지역도 아닌 무려 하북 4개주를 통합한다는 뜻은 곧 천하의 최강자에 오른다는 뜻을 의미했다.

이 완벽한 상황에서, 원수의 모사 '저수'가 쐐기를 박는 전략을 말했다.

"장군께서 여러 세대동안 황제를 보필하고 세상을 충의로서 구제하셨습니다. 지금 조정은 무너졌고, 각지에서는 군벌들이 일어나 서로가 다투며 군주와 백성을 구하지 못하고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만이 안정을 찾아가고있으니, 황제를 영접하고 보필하여 제후들에게 호령해 조정에 불복하는 자들을 토벌하면 감히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원소는 이 완벽한 승리의 계책에 크게 기뻐하며 이를 채택하려했으나, 전혀 예상치 못한 태클이 들어온다.

또 다른 모사 '곽도'가 말했다.

"한왕실이 무너진지 오래되었으나, 지금 이를 흥하게하는 것 또한 어렵지 않겠습니까? 지금 영웅들이 각지에서 일어나고있는데, 이는 전국시대 진나라처럼 천하를 먼저 잡는 사람이 왕이된다는 뜻입니다. 만약 천자를 영접하면 움직일떄마다 번번히 표를 올려야하는데, 이를 따르면 장군의 권력이 가벼워지고 어기면 명을 거역하는 것이되니 좋은 계책이 아닙니다." 

저수가 반박했다.

"지금 조정을 영접하는 것은 지극히 의로운 것이며, 또한 시의에 따른 대계입니다. 만약 빨리 도모하지 않으면 반드시 먼저 차지하는 자가 있을 것입니다." 

소설에서는 나오진 않지만 실제로 이는 원소에게 큰 딜레마였다.

(이후 난세평정에 성공한 조조조차, 봉국을 받아 왕에오르려고하자 이런 논리로 신하들이 반대했다)

각지에 군벌들이 난입하고 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붕괴됬다한들, 한나라가 멸망하지 않은 이상, 원소는 어디까지나 한나라의 신하였고, 제국(帝國)의 황제인 '헌제'가 아무리 허수아비라도 멀쩡히 살아있는 이상, 더욱이나 충신으로 인망높은 사세삼공의 명문가, 원소로서는 황제의 권위를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

마침 죽은 동탁의 잔적들에의해 오랜기간 핍박받던 헌제가 그들로부터 도망쳐 떠돌이가 되었고, 천하의 최강자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원소는 굉장히 고민했다.

자기보다 신분이 높은 황제가 자신의 정치적 걸림돌이 될 것인가 아닌가를.

황제가 자신의 말을 잘 따라준다면 자신의 말이 곧 황제의 명이니 천하가 따를 것이나, 그렇지않고 황제가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게된다면 충신으로 불리우는 자신이 황제의 명을 거역했을떄 오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쉽지않았고 황제가 자기의 사람을 만든다면 이 역시 큰 위기였다.

아무리 자신의 인망이 높다하나 광활한 하북지역을 황제의 임명장도 없이 오롯이 무력으로 통합하여 자신의 1인 카리스마로 유지하고 있었고 본래 하북에 연고도 없는 상황이었다.(원소는 예주출신이다.)

게다가 원소의 정말 큰 약점으로 꼽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흔히 자신의 친족을 기반으로한 핵심측근인 '충성인재'가 부족했다는 것인데, 원소의 친족들은 반동탁연합군 맹주 시절, 동탁에게 일가가 몰살당했고 그마저 남은 친족이자 이복동생인 '원술'마저 자신과 척을지고 있는 상황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너무나도 부족했던 원소는 황제에 권력에 감히 맞설 수 없었다.

이처럼 정통성도, 기반도, 충성인재도 부족한 원소이기에 황제를 영접한다해도 확연히 드러나는 황제와의 권력 차이로, 황제를 압박하면서 하북의 호족들을 도저히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이러한 딜레마로 인해 원소는 저수의 말을 쓸 수 없었고, 원소는 배후에 자리잡아 자신에게 큰 위험이 될 수 있는 공손찬의 숨통을 마저 끊으러 떠난다.

황제를 받들지는 않았지만 그의 세력은 누구보다 압도적이었고 인망 역시 압도적이였기에 그럼에도 세상 모두가  원소를 비추고있었다.

그렇게 난세의 영웅은 원소가 되어가는 듯했다.



2. 조조,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사방에 적을 둔 조조)

한편, 원소가 하북 4개주를 통합해가는 가운데 조조는 상황이 많이달랐다.

평소부터 원소와 친했고 그와 반동탁 연합군으로도 뜻을 같이한 조조였으나 클래스 차이가 너무 컸기에, 조조로서도 그의 명령에 충실히 따를 수 밖에 없었고,  원소의 명을 충실히 따르고 굉장히 잘 싸워준 대가로 원소의 힘으로 '연주'를 다스리는 관리로 인정될 뿐이었다.

(조조와 여포의 싸움, 만화 창천항로 中)

그리고 그 1개 주마저도 여포와 치열하게다투고 있는 상황이는데, 마침내 조조가 여포를 몰아내고 간신히 연주를 지켜냈을떄, 조조 역시 떠돌고있는 천자를 맞이하려했으나 반대에 부딪혔다.

대신들끼리도 찬반이 치열한 가운데, 조조의 브레인이자 모사인 '순욱'이 말했다.

"옛날 *진(晉)나라 문공이 주(周)나라 양왕을 맞이하자 제후들이 그림자처럼 따랐고 **한(漢)고조가 의제(義帝)를 위해 소복을입자 천하의 인심이 귀의했습니다. 의로운 선비에겐 근본을 굳건히 하려는 마음이있고, 백성들은 옛 일에 감읍해 슬픔을 더합니다. 진실로 이 때에 주상을 받을어 백성들의 여망을 따른다면 이는 큰 순리이고, 대의를끼고 천하호걸들을 불러들인다면 이는 큰 책략입니다. 만약 이떄 계책을 정하지 못한다면,  후회한다해도 어쩔 수 없을 것입니다." 

* 주나라는 고대 중국의 패권국가로 진나라는 그 제후국이다.
** 한고조는 한나라를 세운 개국황제 '유방'을 뜻하며, 항우와 유방이 초나라 반군으로 활동했을적, 의제는 그들의 임금이자 반군의 구심점이었으나 항우에게 살행당한다.

이에 조조는 마침내 황제, 헌제를 맞이하고 원래 수도인 '낙양'이 쑥대밭이되었기에, 수도를 별 이름도 없는 도시인 '허도(허창)'로 도읍한다.

아무리 껍데기 국가의 껍데기 황제라지만 400년간 지속된 한나라에 대한 천하만민의 애정은 엄쳥났으며, 동탁이 꼭두각시로 세웠던 황제였다곤 하나 황제의 행동에 허물됨이 없었기에 황제의 권위는 여전했으니 많은 이들이 조조 휘하에서 안정을 찾아가는 조정에 귀부하게된다. 

그리고 이것을 본 원소는 자신의 행동을 매우 후회하게 되었다.

그렇게 조조가 황제를 받들고 조정의 실권자가 되자 모든 전쟁의 대의명분은 조조에게 있게되었다.

즉, 이전 조조의 전투들이 단순 조조의 사리사욕으로 가득찬 전투였다면, 이제부터 조조가 하는 전쟁은 황제의 명에따라 실행하는 정의로운 전쟁으로서 조조에 대항하는 적들은 모두 국가와 황제에 반기를 든 역적들이였다.

이에 조조는 즉시 서주의 여포와 예주의 원술을 격파하고, 남쪽의 유표를 공격하여 세력을 확장해나가며 연주 한주에 불과했던 자신의 세력과 더불어 인망 역시 크게 넓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처럼 조조가 황제의 권력을 잘 이용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조조의 친족들은 조조에게 두고두고 큰 힘이 된다.)

원소와 반대로 조조는 자신의 친척인 조인, 조홍, 하후돈, 하후연 등 수 많은 친족에게 주요 직위를 주어 기반을 단단히하고 조정을 장악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시대의 패러다임이 내전기의 영웅이자 충의지사 원소에서, 황제를 받들고 정상질서로의 회귀를 지향하는 충의지사 조조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3. 원소와 조조의 기싸움.

전쟁에서나, 정치에서나 질풍가도를 달리던 조조였으나 최강의 원소가 있는 이상, 아무리 조조가 조정의 실권자라해도 자신의 뜻대로 권력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조조는 자신이 황제를 끼고 정치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우위를 살려 그를 정치적으로 누르려는 시도에 들어간다.

그 첫번째 시도는 바로 황제의 명을 빌어 원소에게 편지를 보낸 것인데, '세력이 강함에도 황제를 받들 생각을안하고 욕심에 가득차 싸움만 하기 바쁜 불충한자'라고 꾸짖은 것이다.

원소는 크게 화가났지만 아무리 조조의 행위라도 황제의 이름을 빌린 이상, 감히 황제를 꾸짖을 수는 없었으니 이에 반박하는 조서를 보낼 뿐이었다.

다음은 원소의 답장의 요약이다.

'신은 열심히 도적들과 싸우고 다쳐가며 최선을 다했는데, 뜻을 이루지도 못하고 오히려 죽어라 국가를 위해 진력을 다하다가 큰 허물을 뒤집어 썼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떄문에 과거의 공 높은 충신들이 결말이 좋지 않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두렵습니다. 폐하의 해와 달과 같은 밝으심에도 비추지 않은 곳이 있을까말입니다. 신이 부탁하건대 폐하께서는 현명한 자들의 자문을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출처 - 최훈의 삼국전투기)

그리고 원소를 억누르는 두번쨰 시도에 들어가니, 바로 자신을 한나라 군부의 실권자, '대장군'의 벼슬에 올리고, 원소를 군부의 최고위직이나 실권은 없는, 명예직에 불과한 '태위'벼슬에 임명한 것이었다.

이전에 편지는 그렇다쳐도 자신의 부하 격에 불과했던 조조가 아예 자신의 우위에 서려는 모습에 원소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으니, 원소가 크게화내며 말했다.

"조조가 여러번 죽을 뻔 했을때, 내가 번번이 그를 구해주었다. 근데 이제 은혜를 배신하고서는 천자를 끼고 내게 호령하는구나!"

*실제 조조가 서주 공격 중. 여포에게 뒤치기 맞았음에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원소의 지원이 컸다.

이에 아직 미약했던 조조는 크게 두려워하여 원소에게 대장군 직을 양보하고, 아예 하북 4주에대한 사법권과 군사 재량권을 인정하는 조서를 내리며 원소를 공식적인 하북의 통치자로 인정하니 그제야 원소도 만족하며 이를 받아들인다.

조조의 저자세에 자신이 어느정도 우위에 섰다 생각한 원소 역시 찌르기에 들어간다.

수도인 허도가 땅이 낮고 습기가 많아 수도로 적합치 않으니 자신의 세력권과 가까운 곳으로 천도할 것을 제안하나 조조도 이런 요구까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 원소의 '모사' 전풍이 말했다.

"도읍을 옮길 계획을 내놓았으나 애초에 따를리 없으니, 한시바삐 허도를 공략하여 천자를 받들고 조령을 구실로삼으면 천하에 그 명성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남에게 사로잡힐 것이니, 비록 후회하더라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당시에는 조조가 많이 약했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원소는 전풍의 계책을 따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 치열한 기싸움은 끝내 공손찬을 격파한 원소가 조정으로 공손찬의 머리를 보내자, 조조가 놀라하며 마무리된다.(이때 시기는 기원후 199년)

이 기싸움은 원소가 하북의 공식 통치자로 인정됨에 따라 하북에 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었던 반면, 조조 역시 원소를 조정의 일원으로 끌어들여 원소가 자신을 비롯한 조정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제어한, 둘다 괜찮은 소득을 얻은 싸움이었다.



4. 원소, 다시 주도권을 잡다.

(조조가 먹은 사주, 서주, 예주, 연주 4개주의 상황 및 후방의 군벌들, 연주말고 제대로 된 주가 없었다.) 

공손찬을 격파하여 하북의 완전한 주인이 된 원소는 슬슬 조조를 공격할 준비를 한다.

그도 그럴것이 상황이 원소에게 완전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아무리 자신이 대장군이라 할지라도, 조조가 황제를 끼고있는 이상, 정권의 주도권은 조조에게 있기에 원소는 그 입지가 불안할 수 밖에 없었다. 

(원담(장남) - 청주 / 원희(둘째) - 유주 / 원상(막내) - 기주 / 고간(사위) - 병주)

그리하여 원소는 전쟁 준비의 일환으로 가장 먼저, 자신이 출정한 후에도 하북이 흔들리지 않도록 자신의 아들과 사위에게 각각 1개주의 통치를 맡겼다.

그러나 이에 반대한 저수가 말했다.

"세상에 한 마리 토끼가 길거리를 뛰다니면 온 사람들이 뒤쫓는데, 한 사람이 이를 잡으면 탐하던 모든 자들이 그 행위를 그치게됩니다. 또 나이가 같으면 현명한 자로, 덕이 같으면 점을쳐서 맡기는 것이 옛 제도이니, 원컨대 토끼를 쫓다 그치게되는 이치를 생각하십시오."

원소가 거절하며 말했다.

"내가 네 사람에게 각각 한주를 맡겨 그 실력을 살펴보고자 함이오."

저수가 크게 한탄했다.

그렇게 원소와 조조의 대립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돌발 상황이 터진다.

바로 조조의 손님 격으로 지내고있던 유비가 끝내 조조를 배신하고 서주를 점령한 것이었다.

원소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서주에서 인망이 높은 유비가 서주를 점령한 것은 큰 근심거리였고, 원소가 언제 치고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비 공격에 대한 찬반이 벌어졌다.(실제로 유비가 서주로오자 서주의 모든 군현이 유비편으로 돌아섰다.)

조조가 유비를 치려하자 제장들이 반대했다.

"공과 천하를 다투는 자는 원소입니다. 지금 원소가 바야흐로 쳐들어오려는데 이를 내버려두고 동쪽으로 가시려하니, 원소가 이를 틈타 우리 배후를 치면 어찌하겠습니까?"

"무릇 유비는 호걸이니 지금 공격하지 않으면 필시 후환이 될 것이오. 또한 원소는 뜻은 크지만 기회를 살피는 일에 더디니 필시 움직이지 못할 것이오."

그러나 계속되는 반대에 조조 역시 유비 공격에대해 확신할 수 없었는데, 모사 '곽가'에게 의견을 물으니 곽가가 답했다. 

"원소는 그 성정이 더디고 의심이 많으므로 설령 쳐들어온다해도 필시 빨리 오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비는 이제 막 거병해 뭇 사람들의 마음이 아직 그에게 완전히 귀부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공격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이는 존망의 기회이니 놓쳐서는 안됩니다."

"좋소"

그렇게 조조가 서주의 유비를 치러가니, 이때다 싶어 '전풍'이 원소에게 간했다.

"공과 천하를 다투는 자는 조조입니다. 지금 조조가 동쪽으로가서 유비를 치려하는데, 이때 군사를 이끌고 뒤를 습격한다면 한번에 평정할 수 있습니다. 군사란 기회를 보아 움직이는 것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내 아들이 병을 앓고있어 움직이기 쉽지않소"

전풍이 크게 한탄하며 말했다.

"슬프다,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한낱 어린아이의 병때문에 앓으니 정말 아깝구나"

하지만 원소는 사실 아이의 병떄문이 아니라 아무리 조조를 공격하는 것이라도 조조가 황제를끼고 황제의 명을 받들고 행하는 이상, 무작정 조조를 공격하는 것이 조정에 반기를 드는 것으로 비춰질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로 자신의 일가가 수도에 뻔히 살고있는데도, 자신이 정권을 갖기위해 반동탁 연합군을 일으켜 50명에 달하는 자신의 일가를 모조리 동탁에게 죽게한 원소의 성격을 고려할때, 아이 때문에 조조를 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즉, 아무리 자신이 세력이 강해도 황제의 명령없이 조조를 공격한다면, 황제를 공격하는 꼴이되고 아무리 조조가 패악질하더라도 전쟁의 정의로운 측은 조조가 되버리는 꼴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원소는 기다린 것이다. 바로 황제로부터 '*조조 암살모의'의 밀령을 받은 마지막 생존자 유비의 귀부를.

*조조에게 모든 실권을 뺏긴 헌제는 이에 조조를 살해할 계획을 세우고 측근들에게 밀령을 전하나 결국 일이 발각되어 조조가 모의자들과 그 삼족을 처형하니 그 수가 700명에 달했다. 처형의 대상자 중 부인 중 한명도 포함되었다. 

실제로 원소는 유비가 서주를 차지했을 때, 기병을 지원보냈을 정도로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했으며 유비가 결국 조조에게 패해 자신에게 오자, 무려 자신이 직접 근거지 '업성'으로부터 200리나 떨어진 곳까지 가서 빈털털이의 유비를 영접한다.

친족 중심의 정치체제를 안정시켜 자신의 출정 후에도 근거지를 안정시키는데 성공했으면서도 황제의 밀명을 받은 유비까지 껴안아 도리어 조조를 명분에서도 압도하게된 원소.

전쟁의 모든 판이 완벽하게 짜여진 상황에서 원소가 무려 11만의 대군을 동원하니 세력적으로도 조조가 크게 불리하게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조조를 공격하는 일만 남았다.

 

5-1. 내부정리(조조)

황제로부터 조조 암살 밀령을받은 유비를 껴안아 오히려 황제를 끼고있는 조조를 명분에서도 누르며 11만 대군을 동원한 원소의 공격이 임박하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원소의 공격을 평소부터 근심하던 조조였으니, 앞서 원소로부터 불쾌한 편지를 받은 조조가 근심하며 모사 '순욱'에게 물었다.

"저 불의한자를 토벌코자 하는데 상대가 되지 않으니 어찌해야겠소?"

"옛부터 성공과 실패는 그 재능에 달린 것으로 비록 약하더라도 강해지고, 강하더라도 약해지는 법이니 이는 유방과 항우의 사례에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순욱이 조조가 이길 수 있는 이유 4가지를 진술했다.

"원소는 겉으로는 관대하나 안으로는 꺼리고, 남에게 일을맡겨도 그의 마음을 의심하지만 공께서는 오로지 재능으로서 임무를 맡기니 이것은 도량에서 이긴 셈입니다.

원소는 지지지부단하고 결단이 적어 후에 기회를 잃고 하는데, 공은 대사를 결단하여 임기응변으로 정해진 방법이 없으니, 이것은 모책으로 이긴 것입니다.

원소가 군대를 거느림에 관대하고 느슨하여 법령이 제대로서지 않으니 병력이 많아도 쓸 수 없으나, 공은 법령을 분명히하고 상벌을행하여 병력이 적어도 모두 죽도록 싸우니 이것은 무력에서 이긴 셈입니다.  

원소는 선대의 자금에 힘입어 명성을 얻는데에만 급급해 능력이 작지만 욕심만 많은 자들이 그에게 많이 귀부하는데, 공은 인자함으로 남을 대하고 헛된 아름다움을 만들지않으며 공이 있는 자들에게 상을 내릴 때 아끼는 바가 없어 천하의 실력있는 선비들이 모두 기용되길 원하니, 이것은 으로 이긴 것입니다.
 
무릇 네가지 이기는 것으로 천자를 보필하고, 의를 가지고 정벌하면 누가 감히 따르지 않겠습니까? 원소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에 조조가 크게 기뻐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조조를 둘러싼 여러 군벌들, 기주의 업성(업군) - 원소의 수도격 도시 / 예주의 허도 - 한나라의 수도)

바로 바깥에 수많은 적들을 두었기 떄문으로, 자신이 원소와 대치할때 다른 군벌들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을까 걱정한 조조가 다시 순욱에게 물었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원소가 관중을 선동하여 유인할까 두려우니, 이것은 나 혼자 소수로 천하 모두를 대항하는 꼴이오. 장차 어쩌하면 좋소?"

"관중의 장수는 여러명이지만, 능히 서로 하나로 하지못합니다. 필시 동쪽에서 싸움이 벌어지면 자기 군대를 껴앉고 스스로를 보호할 것입니다. 만약 사신을 보내 은덕으로 위무시켜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면 오랫동안 안정되진 않겠지만, 동쪽이 안정될때가지는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종요'는 서쪽의 일을 맡을만하니, 공께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허도를 노리는 손책, 만화 창천항로 中)

또한 남쪽방면에서는 강동의 군벌을 모조리 격파하며 강동을 손에넣은 손견의 아들 '손책'이 원소와 조조가 다투는 틈을 타, 수도인 허도를 공략한다는 소식에 사람들이 두려워했으나 모사 '곽가'가 말했다.

"손책이 강동을 아우르며 죽인 자들은 모두 남으로 하여금 사력을 다하게 만드는 자들입니다. 그럼에도 손책이 이를 방비하지 않으니, 비록 그에게 백만의 무리가 있다한들, 들판을 홀로 다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는 필시 평범한 사람의 손에 죽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조는 원소의 공격 전부터 모사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며 조조 내부안에 있는 두려움을 정리해가고 있었다. 



5-2 내부정리(원소)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던 원소의 진영은 전투를 앞두고도 공격 찬반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저수가 말했다.

"근래 공손찬을 토벌하느라 백성들은 곤궁해지고 창고에 쌓아둔 것은 없으며, 부역은 많으니 이는 나라의 깊은 우환입니다. 마땅히 신하로서의 책무에 힘쓰고 농사에 힘써 사람들을 편안케하며 상황을 살펴봐야합니다.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조조의 불충함에대해 꾸짖고 그런 연후에 보급을 원활히하고 병력을 나누어 파견해 허도 주변 지역을 공략함으로서 저들을 편치 못하게한다면 3년안에 가만히 앉아서 평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곽도가 말했다.

"병법에는 10배면 포위하고 5배면 공격하여 적과 능히 싸울 수 있다하였습니다. 지금 명공의 신무함은 하북의 강역을 차지하고 조씨를 정벌하고 있습니다. 비유컨대 이는 손바닥 뒤집는 것과 같아 때맞춰 하지않으면 훗날 도모하기 어렵습니다."

저수가 다시 말했다.

"무릇 난을 구제하고 포악한 자를 주살하는 것을 의병이라 부릅니다. 강성함을 믿고 방자한 것을 교병이라 합니다. 군대가 의로우면 적이없고 교만한자는 멸망합니다. 조조가 황제를 허도에 막 안치시켰는데, 지금 병사를 일으켜 남쪽으로 향하는 것은 의로움에 위배됩니다. 또한 승리의 계책은 강약에 있지않으며 조조의 법령이 이미 행해지고 있으며 군사들은 정예고 단련되있으므로 공손찬처럼 앉아서 포위당할 자가 아닙니다."

"*주나라 무왕이 은나라 주왕을 칠때 불의하다 하지않았습니다. 하물며 조조를 치는 일에 명분이 없겠습니까? 또한 공의 군사는 정에고 장사들이 분해하고 있는 지금, 한시바삐 대업을 결정짓지 못한다면 이른바, '하늘이 주는 데 받지 못한다면 도리어 그 죄를 받게된다'고 하게 될 것입니다."

*은나라는 중국의 초대 패권국으로 주나라는 그 제후국이였으나 주나라 무왕은 주왕의 난폭함에 항거하여 공격했다.

원소가 곽도의 말을 따랐다.

한편, 저수는 모든 군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직을 겸하고 있었는데 곽도가 저수의 권한을 탐내어 원소에게 말했다.

"저수의 직책이 군의 안팎을 감독, 통할하고 위세는 전군에 떨치는데, 만약 앞으로도 지금처럼 대립하게된다면 어찌 제어하겠습니까? 무릇 군주와 신하가 일치하지 못한다면 망하는 법으로, 이것은 병법에서 기피한 바입니다. 또한 저수가 밖에서 군을 제어한다하나 내부를 잘 알지 못합니다"

이에 원소는 저수가 가진 군권을 셋으로 나눠, 저수와 곽도, '순우경'에게 각 1군씩 맡게하였다.


이렇게 원소내 신하들이 시시건건 대립하는 이유는 바로 파벌이 갈려서 때문인데, 기존 하북의 짱짱한 호족세력(전풍, 저수 등)과 원소를 쭉 따라다니며 원소와 마찬가지로 하북이 연고지가 아닌 신흥 호족세력(곽도, 순우경, 봉기 등)의 대립의 결과였다.

원소가 저수보다는 곽도의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주는 것도 전쟁을 기회로 하북의 유지들을 쳐내고 신흥호족 세력을 키우려는, 즉 세력 균형 측면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며 이것은 순욱이 말한 도량과 일치하는 부분으로 보면 될 것이다.

단기전이 채택되며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전풍이 마지막으로 강력히 간했다. 

"조조가 유비를 이겼으므로 허도는 비어있지 않습니다. 조조가 병사가 적다하나 용병에 능하므로 가볍게 보시면 안될 것입니다. 장군께서는 마땅히 산하의 견고함에 거처하며 4주의 병사를 틀어쥐고 있으니, 밖으로는 영웅들과 결탁하고, 안으로는 농사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이후 정예병들로 조조의 빈 곳을 틈타 이리저리 흔들어 적들을 피로하게만들고 백성들로 하여금 생업에 종사치 못하게 만든다면 능히 이길 수 있습니다" 

원소는 전풍의 간언마저 끝내 무시하였고 전풍이 군심을 흐뜨린다하여 아예 포박하였다.

그렇게 원소 역시 내부의 반대자들을 정리하였으니, 곧 이어 격문을 선언했다.

다음은 격문의 요약문이다.

"조조의 조부 '조등'은 지난 날, 환관으로서 요망한 무리를 만들어 자기 멋대로 하였으며 부친 '조숭'은 수양아들로 길러지길 구걸해 뇌물로 관직을 샀고 금은보화로 재상의 자리까지 탐내 국가의 기강을 뒤흔들었다. 조조는 환관의 대를 잇는 추악한 자로, 편협하고 방자한 뜻으로 제멋대로 결단하여 천자와 관료들을 업신여기며 법을 폐하고 기강을 어지럽혔다. 지금 한나라는 국가의 도가 해이해지고 그 줄기가 끊어졌으며 조조가 궁궐을 포위하여 황제를 인질로잡으니 큰 화가 일어날 것을 두려워 이에 일어난다."

 '조조는 황제를 능멸하는 간신'이란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며 드디어 진군하기 시작했다.


6. 관도대전의 서막, 백마전투

원소의 주특기는 1편에서 살펴보았듯 판짜기에 있었는데, 그 짜임새의 완벽함은 가히 생선을 도마위에 올려놓고 썰어버리는 장면이 연상될정도로, 도마위에 올려진 상대라면 누구든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요리당했다.

십상시, 동탁, 한복, 공손찬 등 쟁쟁한 무리들 모두가 원소에게 요리당했고 이제 그 도마위에 조조가 올라오게되었다.(동탁을 완전히 이기진 못했어도, 동탁의 세력은 원소로인해 절단이 났다.)

(조조는 손자병법에 주석을 달 정도로 상당히 병법에 뛰어났다.)

반면 조조는 삼국시대 최고의 병법가로 그의 주특기는 용병에 있었으니, 늘 먼저 부딪히고 그 안에서 해법을 찾는 임기응변이 상당히 뛰어났다.

그리고 이 물흐르듯한 임기응변으로 여포, 원술, 유비, 유표 등등 여러 군웅들이 박살났다.

즉 관도대전은 중원의 최강자를 가리는 동시에 삼국지 최강의 판짜기와 최강의 임기응변이 다투는, 각 분야 최강의 싸움이었다. 

싸움의 준비를 다갖춘 원소가 여양으로 진군 후, 하북의 명장 '안량'을 필두로하여 순우경, 곽도까지 딸린 최정예 선봉대를 조조의 영역 '백마'로 진격시켜 공격을 명하니 그렇게 관도대전의 서막이 올랐다.

(공격하는 원소 <빨간색>, 수비하는 조조<파란색>)

이에 조조 역시 백마로 진격하여 이를 구원하려는했으나 크게 불리했다.

모사 '순유(순욱의 친척)'가 말했다.

"지금 군사가 적어 대적할 수 없으므로, 적의 세력을 분산시켜야합니다. 공께서 연진에 도착해 황하를 건너 원소군의 뒤를 치려는 것처럼 행한다면 원소는 필시 서쪽으로 가서 대응할 것입니다. 그 후, 경무장병으로 백마를 기습해 적의 약한 곳을 빠르게 들이친다면 안량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페이크를 거는 조조와 대응하는 원소)

이에 조조가 순유의 계책을 받아들였고 즉시 백마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연진으로 이동하여 원소의 뒤를 취는 모션을 취했다.

원소 역시 조조의 뒤치기를 방비하고 여차하면 역포위로 조조를 압박할 수 있으니 연진으로 군을 나눴다. 

그리고 '장료'와 '관우'를 선봉으로세워 백마의 안량군을 급히 들이치니, 방심하고 있던 안량이 크게 놀랐다.

(안량을 참살하는 관우)

이에 안량 역시 군을 이끌고 대응했으나 결국 *관우에의해 참살당하니, 원소군은 백마의 포위를 풀고 백마에서의 진격 작전을 포기한다.

하지만 압도적 물량의 원소군에게 안량의 죽음은 그저 대장 한명이 죽었을 뿐이었다. 

*관우는 유비가 서주를 먹었을 시절, 조조에게 각개격파당하여 서로 헤어지게되엇고 관우는 조조에게 귀부했다. 그러나 조조에게 받은게 많다하여 안량을 죽인 공으로 보답하고 다시 유비에게 돌아간다. 

곧이어 군을 연진으로 이동시켜 황하를 도하하니 조조도 이번 만큼은 막을 수 없었다.



7. 연진전투

대장 안량이 죽었지만 연진에서의 도하에는 성공하며 여전히 싸움의 주도권을 끌고나가는 원소.

이제 남은 것은 편하게 육군으로 밀고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조조 역시 한차례 싸움에서 이겻으나 여전히 산넘어 산이었으니, 원소의 남하를 막기위해 군을 연진으로 이동시켰다.

이에 원소가 다시 조조군을 격파하기위해 안량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하북의 명장, '문추'를 필두로 5천의 기병대를 주어 조조를 공격케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나름 전투에서 잔뼈가 굵은 유비까지 딸려보낸 공격이었으니 그 기세가 매서웟다.

진을 치고 주둔하고있던 조조도 문추가 공격한다는 소식을 듣고, 척후에게 이를 살펴보게하니 척후가 말했다.

"5, 6백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곧이어 다시 말하길,

"기병은 점점 많아지고 보병은 그 수를 셀 수가 없습니다!"

"다시 보고하지 마라"

그러고는 기병들에게 영을내려 말안장을 풀고 말을 풀어놓게 할 뿐이었다.

또한 마침 조조의 보급품이 백마에서 오고있었는데, 문추의 대군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장수들이 크게 근심하며 말했다.

"차라리 보급품을 포기하고 철수하여 군영을 지키는게 낫습니다"

순유가 말했다.

"이것은 적을 사로잡을 수 있는 계책인데, 어찌 그것을 버릴 수 있겠습니까?"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맞춘 순유를 보고 조조는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조조의 생각을 모르는 다른 장수들은 안심할 수 없었고, 그저 문추의 공격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에 두려워할 뿐이었다.

다시 장수들이 말했다.

"말에 올라야합니다"

"아직 아니오."

곧이어 강렬한 기세로 추격하던 문추의 기병대가 보급품 약탈에 정신이 팔려 전열이 흐뜨러지니 조조가 말했다.

"이제 되었소."

이에 모두 말에 올라탈 것을 명했고 그 수가 6백이 되지 않았으나 문추군을 급히 들이치니, 마침내 문추군을 대파하고 대장 문추까지 참수하는데 성공한다.

예상치 못한 연달은 패배에도 모잘라 두 번의 싸움 모두에서 대장이 죽으니 원소군이 크게 동요했다. 

두번의 대승을 거둔 조조, 하지만 원소의 판은 단단했고 조조는 여전히 도마 위에 있었다.



8. 관도전투

(밀어붙이는 원소와 후퇴하는 조조. 원소 - 빨간색 / 조조 - 파란색)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으니, 그럼에도 원소는 지속해서 조조를 밀어붙였고 조조는 밀릴 수 밖에 없었는데,그렇게 밀리고 밀려 수도의 마지막 관문, 관도까지 밀리게되었다.(즉 전투에서의 승리는 전술이 결정지으나 전쟁에서의 승리는 보급이 결정짓는 다는 뜻과 상통하는 듯하다.)

그렇게 원소가 다시 한번 기세좋게 조조를 밀어붙이려고 하는 순간, 저수가 말했다.

"우리는 병사의 수효가 많아 과단성있고 날랜 것이 조조에 미치지 못하는 반면, 조조는 양곡과 재화가 우리처럼 많지 않습니다. 조조의 이로움은 급히 싸우는데 있고, 우리의 이로움은 천천히 취하는 것에 있으니 마땅히 지구전을 펼쳐 그들의 양곡이 다해가길 기다려야합니다."

하지만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순간에서, 원소는 저수의 말을 듣지 않았고 진격을 계속했고 관도에 도착해 둔영을 벌려세우니 길이가 무려 수십 리에 달했다.

이에맞서 조조 또한 둔영을 세우고 대치하니 곧이어 대전투가 벌어졌다.

그야말로 뚫리느냐, 막히느냐의 싸움.

원소가 높은 망루와 흙으로 산을 만들어 그 위에서 조조군의 진영으로 일방적으로 화살을 퍼부으니 조조군은 모두 방패를 뒤집어쓰고 다니지 않으면 안될 지경이었다.

그리고 조조도 발석거를 만들어 이를 파괴하여 한 숨 돌리는 듯 싶었으나 원소의 공격은 땅위에서만 계속 되지 않았으니.

공손찬을 끝장냈던 필살기인 '땅굴파기'를 사용하며 조조군을 공격하려했으나 조조도 번번이 안쪽에 긴 참호를 파 대응하였다.

그렇게 원소와 조조의 공방이 치열하게 지속되는 가운데, 원소가 필살카드를 꺼내들었다.

바로 인망높은 유비를 수도인 허도 밑의 '여남' 지역으로 파견해 안그래도 조조가 불리해 민심이 뒤숭숭한 수도 일대를 한바탕 뒤집어 놓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무리들이 유비에게 호응했고 그렇게 앞 뒤로 적을 맞이하게된 조조가 크게 걱정했으나 조조의 부장 '조인'이 말했다.

"우리가 큰 대군을 눈앞에 두고있어 서로 구해줄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유비까지 공격하니 그들의 배반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유비가 새로 원소의 병사를 거느린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 제대로 부릴 수 없으니 빨리 공격하면 그를 격파할 수 있습니다."

이에 조인이 병사를 거느리고 재빨리 유비를 공격하여 격파하니 유비는 다시 원소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원소의 모든 힘을 다한 공격을 자신의 모든 역량을 퍼부어 대응한 조조였으나 군량이 다해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으니,

뾰족한 수가 없던 조조도 끝내 관도를 포기하고 수도에서 방어코자하여 그 계책을 순욱에게 물었다. 

순욱이 말했다.

"지금 군량이 적더라도 초나라와 한나라가 대치하던 때만 못합니다. 그때 항우와 유방은 먼저 물러서려하지 않았으니, 먼저 물러나는 것은 곧 세력상 굴복하는 것을 뜻합니다. 공께서는 적은 병사로 굳게 지키며 적들이 나아가지 못하게 한지가 이미 반년이나 지났습니다. 장차 그들의 세력이 고갈되어 필시 변란이 생길 것이니 그때 계책을 쓴다면 필시 승리할 것입니다."

이에 조조는 다시 관도를 굳건히 지킨다.

 


9. 전황의 변곡점

그렇게 일방적으로 얻어맞던 조조에게 드디어 한 차례 기회가 찾아오는데, 순유가 말했다.

"원소의 보급부대가 저녁 무렵에 도착할 것입니다. 적장 '한순'은 날래기는 하지만 적을 가볍게 여기므로 그 떄 기습하면 격파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보내는게 좋겠소?"

"서황이 좋을 것입니다."

이에 서황이 한순의 부대를 격파하고 보급을 싸그리 불태우머 성공적으로 작전을 완수한다.

보급부대가 격파당했다는 소식에 원소는 자신과 같은 *서원팔교위 동기 출신이자 최측근으로서 나름 능력있는 순우경에게 1만의 보급부대를 담당케한다.

*황궁을 수비하는 경비부대를 이끄는 8명의 지휘관을 뜻하며 조조, 원소, 순우경은 같은 서원팔교위 동기출신이다.

저수가 말했다.

"장수를 따로 파견해 바깥에서 순우경을 호위케하면 조조가 노략질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소는 이마저도 듣지않았다.

그렇게 다시 원소에게 전황이 유리하게 이끌어가나 싶더니 이내 다시 사건이 터져버렸다.

바로 원소가 떠난 업성에서 대신 행정업무를 담당하던 '심배'가 원소의 모사로 출전 중인 '허유'의 가족들을 법을 어겼다하여 전부 체포한 것이었다.

안그래도 저수처럼 지구전을 주장했으나 거부당하고 있어 불만을 가진 허유였는데, 가족까지 체포당하니 답이 없다 생각한 허유가 조조에게 투항해 버린 것이다.

조조가 허유에 항복에 맨발로 나갈 정도로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조조와 허유는 어릴적 친구였다.

"그대가 왔으니, 나의 일이 이루어지겠구려"

"원씨의 군이 강성한데 이를 어찌 대적하시렵니까? 지금 군량이 얼마나 있습니까?

"가히 1년은 버틸만하오"

"그럴리 없습니다. 다시 말씀해보십시오!"

조조가 다시 말했다.

"반년은 버틸만하오"

"공께서는 원소를 꺠드리고 싶지 않으십니까? 어찌 사실을 말하시지 않습니까?"

"지금까지는 농담이었소. 실은 한달치 밖에 없으니 어떡하면 좋겠소?"

조조가 솔직하게 털어놓자 드디어 허유가 이 기나긴 싸움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계책을 제시한다.

"공은 외부의 지원도 없고 양곡마저 다했으니 위급한 상황입니다. 지금 원소의 보급은 '오소'에 있는데 엄중히 방비하지 않습니다. 이를 날랜 군대로 습격해 보급물자를 불태워버린다면 사흘을 넘기지 못하고 원소군은 무너질 것입니다."

조조가 크게 기뻐했으나, 중요한 순간에서의 항복해온 자의 말이라 조조의 모사들이 모두 이를 의심했다.

조조가 모사 '가후'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물었는데 가후가 말했다.

"공은 명철함에서도 원소를 이기고, 용맹에서도 원소를 이기며, 사람을 등용하는데서도 원소를 이기고, 결단하는데서도 원소를 이깁니다. 이 4가지 승리조건을 가지고도 반년동안 이기지 못한 것은 단지 안전함만을 기하려했기 떄문입니다. 반드시 그 기회를 결단함에 빨리 정해야합니다."

이에 조조가 가후의 말을 받아들여 공격하기로 결정한다.



10. 오소전투

중요한 순간에서 항복해온 적장의 말을 믿고 순우경을 공격하기로한 조조.

이 작전을 수행한 5천의 정예병을 뽑아 복장이며 군기 모두 원소군의 것으로 바꾸고, 말의 입에는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전군에게 땔나무를 지니게하였으니, 드디어 야밤을 틈타 진군을 시작한다.

그러면서도 빈집털이를 우려하여 본진에 부장이자 친척동생 '조홍'을 남기니 이 한방에 모든 것이 걸린 만큼, 굉장히 치밀하게 준비한 작전이었다.

그러나 중간중간 조조군을 발견한 원소군이 물었다.

"어디로 가는 길이오?"

"원장군이 조조가 오소의 후방을 공략할까 두려워 지원을 보냈습니다."

검문하는 원소군이 이를 믿고 태연자약했고, 그렇게 조조군은 무사히 오소까지 진군하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드디어 조조 일생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날이 밝아오자 순우경도 그제서야 적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했고, 그 수가 적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자신도 맞서기위해 군문 밖으로나가 출진한다.

그러나 순우경이 준비할 시간도 없이 조조가 급히 들이치니, 예상치 못한 기습에 순우경은 다시 둔영안으로 들어가 수비로 전환한다. 

원소의 지원군이 오기 전까지 무조건 끝내야하는 1분 1초가 급한 상황에다, 안그래도 자신의 2배나 되는 순우경이 수비에 들어감에 조조가 크게 불리해진 상황.

이에 조조가 초반부터 아예 큰 불을 질러 화공으로 공격하니, 순우경의 부대가 크게 어지러워졌다.

한편, 오소가 습격당했다는 소식은 원소 진영에도 들어갔고 대응방안에 대한 토론이 한창 벌어졌다.

원소의 부장 '장합'이 말했다.

"조조의 병사는 정예라 필시 순우경을 격파할 것이며, 순우경이 패배한다면 공의 대사는 끝날 터이니 응당 급히 오소를 지원해야합니다."

곽도가 반박했다.

"장합의 계책은 옳지 않습니다. 차라리 조조의 본진을 공격해 조조가 후퇴하도록 만드는 것이 낫습니다."

"조조의 본진은 견고하여 이를 공격해도 함락시키지 못할 것이며 만약 순우경이 진다면 우린 모두 포로가 될 것입니다."

이에 원소는 순우경을 경기병으로 신속히 구원케하고 장합에게는 정예부대를 이끌고 조조의 본진을 공격케하는, 곽도 쪽에 좀더 무게를 싣는 명을 내린다.

즉, 두가지를 동시에 노리는 작전으로 이 중 하나만 성공해도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꽤 괜찮은 작전이었다..

승리를 확신하며 원소가 말했다.

"조조가 순우경을 격파해도 내가 저들의 본진을 함락시킨다면 조조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편, 여유로운 원소와는 달리 조조의 상황은 쉽지 않았다.

화공을 동반한 기습에도 순우경은 나름 잘버티고 있었고 원소의 지원군은 점점 가까이 오고있었다. 

조조의 부하들이 말했다.

"적 기병이 점점 가까이오니 군사를 나누어 맞서야합니다"

하지만 초조한건 조조도 마찬가지. 조조가 분노하며 말했다.

"적이 등 뒤까지 오거든 그떄 말하라!"

이처럼 조조를 비롯한 조조군 모두가 죽을 힘을 다해 싸웠고, 끝내 순우경을 격파하는데 성공한다.

조조가 포로가 된 원소의 장수들을 모조리 참수하고 순우경은 코만 자르고 죽이지 않았는데, 조조가 순우경에게 말했다.

"어찌다가 이 같이 되었소?"

"승부는 하늘에 달린 것인데 뭐하러 묻는단 말이오!"

조조가 그래도 옛정이 있어서인지, 순우경을 죽이지 않으려했으나 허유가 말했다.

"내일 아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면 원한을 더욱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결국 순우경을 처형한다.

그러고는 원소군의 사졸 천여명을 죽여 코를 자르고, 소와 말은 입술과 혀를 잘라 원소군에게 보내니 원소군이 크게 두려워했다.


11. 관도대전의 종결.

오소가 무너짐에 보급물자가 모조리 날라가며 패색이 짙어지는 원소.

그래도 원소에게 마지막 희망은 있었으니,

핵심 작전을 수행하는 장합이 조조의 본진만 함락시켜준다면 피해는 좀 크다해도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러나 애초에 빈집털이를 대비하고 나간 조조였기에 쉽게 함락 할 수 없었는데, 작전 실패로 책임을 추궁당할까 두려워한 곽도가 원소에게 말했다.

"장합이 우리가 패한 것을 오히려 즐거워하며 말하는 것이 불손합니다."

곽도가 자신에게 참언했다는 소식은 전선에 나가있는 장합에게도 들려왔고, 이에 두려워한 장합이 군을 되돌려 원소의 진영을 불태우고 조조에게 투항한다.

오소의 패배와 정예병을 거느린 장합의 배신이라는 최악의 사건이 연달아터지니 원소군의 진영이 크게 동요하며 무너져내렸다.

11만의 대군을 끌고 기세좋게 내려온 원소였으나 마지막에는 결국 단 800기만을 데리고 신분을 숨기면서까지 달아날 뿐이었다.

원소가 달아났다는 소식에 조조도 이를 급히 추격하였는데 결국,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잡힌 저수가 끌려왔다.

저수가 말했다.

"이 저수는 항복한 것이 아니라 군대에 사로잡혔을 뿐이오!"

"지금까지 서로 세력이 달랐으나, 이제 원소가 달아났으니 항복하여 오늘을 도모하는게 어떻겠소?"

"원공은 실책을 저질러 북으로 도망갔소. 그리고 이 저수는 힘과 지혜가 모자랐으니 당연히 잡히게 된 것이오."

"원소는 모략이 없어 그대의 계책을 써주지 않았소. 지금 세상이 난세를 만나 규율이 무너지게되어 나라가 안정되지 않았으니 당연히 서로 도모해야하오"

"나의 가족들이 원씨에게 명을 걸고 있으니, 만약 공의 영험함을 입게된다면 죽여주는 것이 복이 될 것이오."

이에 조조가 탄식했다.

그럼에도 저수를 후하게대했는데, 이후 원소에게 도망갈 것을 모의하니, 결국 처형당한다.

한편, 원소의 군영을 점거한 조조가 원소의 여러 서신들을 거두었는데, 내통한 사람들의 서신이 다수 발견되었다.    

그러나 조조는 어떤 추궁도 하지 않았고, 다만 내통문서들을 불에 태울 뿐이니 조조가 말했다.

"원소가 강성할 떄, 나도 스스로를 보전할 수 없었는데 하물며 뭇 사람들이었겠느냐."

그리고 원소의 군사들이 거짓으로 항복한일이 있게되자, 원소군을 모두 매장시켜버렸는데 그렇게 관도대전에서 싸우거나 파묻혀 죽은 병사가 무려 8만에 달했다고 한다.



12. 창정전투

관도대전에서 무수히 많은 원소군을 죽이며 대승을 거둔 조조.

게다가 하북에 반란이 일어나 원소를 치기에 최고의 적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유표 역시 원소에게 호응하려했으나, 신하들의 반대로 가만히 관망만 하였다.)

원소를 공격해볼 심산으로 군량을 싹 긁어모으나 그럼에도 하북을 치기에는 부족하였으니 차라리 원소를 치기보다는 좀 더 약한 남쪽의 유표를 공격할 것을 논의했다.

순욱이 말했다.

"지금 원소가 패배하여 그 군사들의 마음이 떠났으니, 마땅히 그 곤란함을 타서 평정해야합니다. 만약 유표를 치러갔다가, 원소가 빈틈을 타 다시 후방으로 나온다면 공의 일은 성사되지 못할 것입니다."

이에 황하 이남의 마지막 원소 세력인 '창정'을 공격하니 황하이남을 온전히 조조가 차지할 수 있게되었다.

그러나 조조 역시 관도대전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았기에, 이후 수도로 돌아가 병사들을 몇개월간 휴식시킨다.

 


13. 원소의 재기

관도대전의 충격패로 병사며, 물자 등 모든 것을 잃은 원소.

그러나 아직 그 이름은 건재했으니 다시 영을 내리자 원소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흩어졌던 병사들이 속속 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정도 세력을 수습한 원소가 다시 본진인 기주로 돌아갔으나, 관도대전의 패배로 곳곳에서 조조에 호응하는 반란이 일어난다.

그러나 원소가 반란을 싹다 제압하니, 다시금 하북의 통치력을 회복한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원소가 전풍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원망했는데, 원소 역시 후회하며 말했다.

"하북의 사람들이 우리군이 패배했다는 것을 듣고 두려워하고 있다. 이전에 전풍만이 나에게 전쟁을 하지말 것을 간했는데, 그를 다시보기 부끄럽다"

원소의 모사 '봉기'는 평소부터 전풍의 명석함을 평소부터 꺼려했었는데, 이를들은 봉기가 말했다.

"전풍이 장군의 퇴각을 듣고는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으니, 그의 말을 적중한 것을 기뻐하고있다 들었습니다."

이에 전풍으로 인해 웃음거리가 되었다 생각한 원소는 결국 전풍을 처형시킨다.

*전풍은 하북의 인망높은 호족출신으로, 관도대전 패배로 인해 더 높아진 그의 위상이 도리어 자신의 카리스마를 해칠 것을 우려한 원소가 죽인 측면도 있다. 

그렇게 원소며 조조 모두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회복할 시간을 갖는다.

 



14. 원소의 죽음

관도 대전 이후, 두 세력은 황하를 경계로 다시 대치하게되었고, 세력을 회복한 원소가 다시 조조를 치고자하였다.

그러나 관도대전에서 당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지는 못했는지, 

이후 원소는 병을 얻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피를 토하며 죽으니 그렇게 하북의 영웅은 203년 5월의 일기를 끝으로 생을 마감한다.

비록 부하들을 굉장히 냉혹하게 대하고, 말년의 관도대전에서는 크게 실책을 저지른 그였으나, 그의 정치는 너그러웠으니 하북의 지체높은 사대부부터 비천한 아낙네까지 그의 정치에 불만을 품지않았는데, 그런 원소가 죽자 온 도시의 거리가 통곡했으며 어떤이는 부모상까지 치를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관도대전의 패배와 원소의 사망 이후에도 하북의 물량은 엄청났으며, 그의 모사들은 건재했으니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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