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중국 최고의 식객, 교토삼굴의 '풍환'
요리는 못하나 입으로 여타 사람들은 물론 국가들까지 구워삶는 식객 '풍환'
그러나 풍환을 소개하기 전에 잠깐 소개할 인물로 바로 '맹상군'이란 인물이 있는데, 잠시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기원전 300년대 초 ~ 200년대 말로 중국의 강한 7개 국가들이 치열하게 패권을 다투는 춘추전국시대, 당시 제나라에는 '맹상군'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맹상군의 전(田)씨 일가로 대표되는 제나라 왕족이자 본명은 '전문'으로 전국 7개 국가를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외교활동을 벌이고 부국강병을 꾀해 제나라를 강국으로 만드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전국시대에는 왕뿐만 아니라 유력한 정치가 및 동네 힘쓰는 사람들도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 세력을 늘리기위해 인재들을 널리 구했는데, 특히 맹상군은 왕족으로 동네에서도 꽤나 힘쓰는 사람으로 그 역시 여러 선비들을 모은 결과 그의 집에 머무는 식객만 무려 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전국시대에는 인재를 많이 모으고 국가를 위해 크게 활약한 소위 '전국4군자'라 불리우는 유력 정치가 4명이 있었는데 맹상군은 그 중 으뜸이였다.
1. 만남
어느 날, 맹상군에게 '풍환'이란 인물이 찾아온다.
지위의 고하, 출신성분 가리지 않고 인재의 역량을 우선하여 받아들이는 맹상군이였으나 그는 크게 당황했다.
풍환이 완전 상거지가 다름 없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남다른 재주가 있다고 믿은 맹상군은 그에게 잘하는게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맹상군 "선생께서는 무엇에 관심있습니까?"
풍환 "없습니다!"
"그럼 선생께서는 무얼 잘하십니까?"
"그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워낙 인재를 가리지않고 받아들이던 맹상군인지라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는 심정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허나 별다른 재주가 없는 자라 여겼기에 가장 낮은 등급의 숙소에 그를 배정했다.
2. 노래 하나로 최상급 대우를 받아내다.
얼마 후, 맹상군은 비범할 정도로 무능한 풍환이 도대체 무얼하고 사는지 궁금해서 숙소 관리인에게 그에 대해 물어보았다.
"풍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관리인 "딱히 가진 건 없어보이는데 이상한 노래를 부르더군요."
"무슨 노래?"
"검을 두드리면서 '검아 검아 돌아가자, 밥상에 고기 한점 없구나'라고 말이죠."
이를 들은 맹상군은 풍환을 대우를 높여 더 좋은 숙소로 옮겨준다.
그리고 5일 후,
"풍환은 어떻게 잘 지내나?"
"그 사람은 아직도 만족을 못하고 또 이상한 노래를 부르더군요."
"또 무슨 노래인가?"
"아니 또 검을 두드리며 '검아 검아 돌아가자, 밖을 나가려해도 수레하나 없구나'라고 말입니다."
이를 들은 인내심의 달인 맹상군은 풍환을 또 '대사'라는 최상급 숙소로 배정하고 수레도 준다.
그러니 드디어 풍환은 크게 감격하여 눈물을 흘리며 맹상군에게 절을 크게 10번 올렸야 겠지만, 아직도 만족을 못했다고한다.
대사로 옮겨진지 5일 후, 다시 풍환은 노래를 부르는데,
"검아 검아 돌아가자구나~ 여기에 있어도 고향집이 걱정되는구나~"
이 노래를 들은 맹상군은 풍환의 집에 관리자를 보냈고 늙은 노모가 있다는 것을 알자 풍환의 집에 곡식과 재물을 보내주었다.
그제서야 풍환은 노래를 그쳤다고 한다.
3. 밥값의 시작
당시 맹상군은 제나라의 재상이고 식읍 1만호를 가진 재력가이기도 했으나 3천명이나 되는 식객을 먹여살리는 탓에 재정이 부족했다.
그래서 '설'이란 땅에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겨먹는 소위 '대부업'을 했었다.
그러나 식객을 함부로 쫓아낼 수 없는 것도 맹상군이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유능한 식객이였기에 수금은 그에게 매우 중요했다.
아무튼 설 땅의 주민들로부터 수금할 시기가 다가오자 맹상군은 풍환의 놀고먹는 짓을 두고 볼 수도 없기에 그에게 수금이란 첫 임무를 주게된다.
"나리, 다는 못 걷었더라도 그래도 10만전은 거둬왔습니다."
"수고했소. 근데 우리집에 부족한게 있는 것 같으니 좀 사오도록하시오."
그렇게 다시 수수께끼 같은 임무를 받은 풍환은 모은 돈으로 소를 잡고 술을 마음껏 구입해 크게 잔치를 벌이며 소리친다.
"지금 나으리에게 빚진 사람들, 우리 나으리께서 한 턱 낸다니 당장 돈은 안 갚더라도 차용증서 하나만 들고오쇼!"
그렇게 빚쟁이들을 모으고 풍환은 크게 잔치를 벌인다.
그리고 풍환은 잔치를 벌이는 와중에 상환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상환 기간을 약속한다.
그러나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차용증은 싹 다 모아 불태워버리는 어이없는 짓을 해버려 이를 듣고 크게 분노한 맹상군은 풍환에게 크게 다그친다.
"아니 지금 제정신이요? 그 돈으로 잔치를 벌인건 고사하고 빚증서를 다 태우다니? 나는 나를 위해 수금하는 것이 아닌 당신네 3,000명을 먹여살리기 위해 대부업을 하는것이오!"
"잔치를 벌이지 않으면 빚쟁이들을 모을 수 없고 빚쟁이들이 모이지 않으면 누가 갚을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또한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을 아무리 독촉해도 돈을 받아낼 길은 없고, 오히려 그들은 결국 달아나 군께서는 사채놀이로 이익을 탐하며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라는 악명을 쓰게 되니, 돈은 최대한 받으면서도 군을 백성들로부터 어질고 의로운 분으로 칭송 받게하는 일을 했습니다. 즉 저는 나으리에게 의(義)를 사드렸습니다."
이를 들은 맹상군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며 풍환을 크게 칭찬을 하게 된다.
4. 교토삼굴 - 1굴을 파다
풍환의 수금 임무 이후, 맹상군의 명성은 이전보다 크게 높아진다.
그러나 그 높아진 명성이 오히려 맹상군이 왕위를 노린다는 유언비어를 낳았고 결국 맹상군은 제나라 민왕에게 의심을사서 파면당하게 되었다.
파면당한 맹상군의 위풍당당함은 단번에 가루가 되었고 삼천명의 식객들도 저마다 그를 떠나 아주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오직 풍환만이 그의 옆에 있었고 풍환은 몰락한 맹상군에게 설땅에 가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터덜터덜 설땅에 간 맹상군은 크게 놀라게 된다.
그 곳의 백성들이 남녀노소 할 것없이 맹상군을 환영한 것이다.
"이전에 의를 사왔다는 것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았소!"
"똑똑한 토끼는 굴을 항상 세 개를 파놓은 다고 합니다. 제가 공을 위해 앞으로 두 개의 굴을 더 만들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유래가 되었다.
4. 2굴을 파다
맹상군의 복구를 위해 풍환은 우선 이웃나라인 위나라로 떠나 위나라 혜왕을 접견한다. (맹상군의 식객으로도 한 국가왕을 만날 수 있는 맹상군의 명성.)
"전하, 현재 위나라와 제나라, 이 두 국가만이 천하의 자웅을 겨루고 있으니 무조건 둘 중 하나는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이긴 국가는 천하를 제패할 수 있을 것인즉, 제나라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오! 무엇이오?"
"제나라는 맹상군이 있기에 강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맹상군은 제왕의 의심을 사게되어 파면당해 제나라를 배반하고자 합니다. 그를 사로잡으면 맹상군은 분명 제나라의 강약을 다 말할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제나라를 꺾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알겠소. 내 필히 그를 불러오리다"
그렇게 위나라 혜왕을 설득한 풍환은 다시 제나라 민왕을 접견한다.
"전하, 제나라가 천하의 싸움을 하고있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인재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 제나라가 망하게 생겼습니다.
"뭣이! 무엇때문인가?"
"지금 위나라가 맹상군이 파면당했다는 말을 듣고 그를 회유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맹상군이 위나라에가면 제나라의 실정을 다 폭로할터이니, 이는 제나라의 큰 위험이 될 것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렸다! 공들은 진위여부를 알아보라!"
실제로 그 때 위나라 사신이 많은 재물을 수레에 실은채 맹상군을 회유하는 정황이 포착되었고 민왕은 크게 당황한다.
"그대 말이 맞다. 다시 맹상군을 불러오려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기존보다 더 많은 영지를 주시면 맹상군도 마음을 돌릴 것입니다."
그렇게 맹상군은 식읍 1천 호가 더 추가되어 재상으로 복직에 성공한다.
5. 마지막 굴을 파다
재상으로 성공적으로 복귀한 맹상군이나 풍환은 아직 민왕에 대해 마음을 온전히 놓을 수 없었다.
그래서 풍환은 다시 맹상군을 지켜줄 마지막 굴을 파기 위해 한 가지 계책을 제안한다.
"아직 민왕에 대해 마음을 놓을 수 없으니 군을 위해 마지막 굴을 파고자 합니다."
"나 역시 불안하오. 그것이 무엇이오?"
"민왕에게 청해 선왕(先王)때부터 전승되어온 제사에 쓰이는 그릇들을 하사받아 설땅에 선대의 종묘를 세우십시오."
즉, 풍환은 선대의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는 이상 민왕이 그를 함부로 하지 못함과 동시에 그의 지위를 높이는 작업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풍환이 마지막 굴을 마련함에 따라 맹상군은 그 지위를 오랫동안 유지했다고 한다.
6. 당연한 이치
맹상군이 다시 예전의 위치를 되찾자 떠났던 식객들도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맹상군은 어려울 때 자신을 버린 식객들이 소인배처럼 아니꼽게 보였다.
"아니, 난 그들에게 최고의 대접을 해주었는데도 그들은 내가 어려울때 나를 버렸소. 근데 이제와서 다시 나를 찾다니 너무 염치 없는 처사가 아니오? 그들에게 침을 뱉어 모욕해야겠소."
그 말을 들은 풍환은 갑자기 말에서 내려 풍환에게 절을 올리며 말을 한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결과와 이치들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것이 반드시 죽는 것은 자연의 당연한 결과입니다. 마찬가지로 부유하고 귀하면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고, 가난하고 약해지면 사람들이 적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군께서는 아침일찍 시장에 가보셨습니까?
아침에 사람들은 앞다투어 시장에가다가 저녁때면 모두들 뒤도 안보고 갑니다. 이는 아침시장이 좋고 저녁시장이 싫어서가 아니고 저녁에 시장을가면 그들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니 군께서 다시 명성을 얻자 사람이 모이는 것도 바로 이와 같습니다. 그들을 다시 예전처럼 받으십시오."
이를 들은 맹상군은 풍환에게 절을 두 번 올렸다고 한다.
이후에 풍환은 맹상군이 죽고나서 위나라로 가 그 곳의 전국 사군자 중 한명인 신릉군의 식객으로 머물다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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