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자신을 알아준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예양

사마천의 사기 열전 중, 자객열전(刺客列傳)에 실린 예양, 사기의 열전파트 중 자객열전은 참 비장함이 살아있는 남자들의 이야기이다.

대부분 진시황을 암살하려했던 형가 얘기는 많이 알고 있어도 예양 이야기는 그렇게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士爲知己者死 )

이 말의 기원은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남자를 위해 화장을 한다."(士爲知己者死 母爲悅己者容)이다.

이 말을 한 인물은 춘추전국시대의 예양(豫讓)이라는 사람이다.

예양(豫讓)

예양은 진(晉)나라 사람으로 범(范)과 중항(中行)씨 를 섬겼었지만, 별로 명성을 얻지는 못했다.

이후 지백(智伯)이라는 인물을 섬기게 됬는데 지백은 이 예양이라는 인물을 후하게 대하고 중용했다.

한편 지백은 진나라에서 패권을 잡고자 조(趙), 한(韓), 위(魏)씨를 공격하는데, 오히려 역공을 맞고 조양자(趙襄子)에게 죽임을 당하게 된다.

(참고로 진(晉)나라는 이후 조(趙), 한(韓), 위(魏) 세나라로 나뉘어진다.)

조양자는 지백에 대한 원한이 상당하여, 지백의 두개골에 칠을 해 술잔으로 썻다고 한다.

한편 자기가 섬기던 주군이 죽임을 당하고, 죽어서까지 그런 능욕을 당하는것을 보고 예양은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우선 궁궐 변소 공사를 하는데 인부로 위장잠입을 해 암살할 계획을 세우는데, 조양자가 변소 가까이 갔을때 갑자기 이상하게 가슴이 뛰는걸 느끼고 수상하게 생각해 경비에게 수색을 명하게 된다.

결국 예양의 잡혀 조양자 앞에 무릎을 꿇게 된다.

"너는 누구이며 왜 나를 암살하려하는가?"

그러자 예양은 당당하게,

"나는 지백을 섬긴 예양이다. 주군의 넋을 달래기 위해 너를 죽이려고 한다."

모든 신하들이 더 들어볼것도 없이 저 불경한 자객놈을 죽이려고 했지. 그러나 조양자는,

"아니다 멈추어라 저자는 의인이다. 지백은 이미 죽고 그 후손들도 끊어졌다. 이에 그 신하된 자가 그의 원수를 갚아주려고 하니 이는 천하의 보기 드문 현인이라! 내가 조심하면 그뿐이다."

그래도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자객인데, 조양자도 보통사람이 아닌지 예양을 풀어주게 된다.

풀려난 예양은 포기하는게 아니라 더욱 치밀한 계획을 세워서 암살을 성공하고자 굳게 다짐하고는, 온몸에 문둥병환자 처럼 옻칠을 하고 숯가루까지 삼켜 목소리도 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후 시장에서 거지행세를 하고 돌아다니자 가족도 못 알아볼 정도가 된다.

만반의 준비를 한 예양은 조양자가 궁궐에서 나와 다리을 지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다리밑에 거지차림을 하고 잠복하여 암살 기회를 노린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양자의 말이 다리를 지나기 바로 전에 뭐에 놀랐는지 울면서 지나가질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조양자는 다리쪽 수색을 명하고 거지 한명을 발견하는데, 그 거지를 끌고 조양자 앞으로 와서 심문을 하고 살펴보니 그 거지가 예양이라는걸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다.

포기할줄 알았던 예양이 다시 이렇게 치밀하게 자신을 노리는걸 확인한 조양자는 화가 나 예양에게, 

"아니 그대는 범씨와 중향씨를 섬겼고, 지백이 이들을 멸할때는 복수를 하지않고 지백에게 몸을 의탁했다. 지백은 지금 죽고 없는데 그대는 왜 유독 지백의 복수에만 집착하는가?"

그러자 예양이 대답하기를,

“내가 범씨와 중항씨 두 종족을 받들었으나 그들은 모두 보통 사람으로써 나를 대했소. 그래서 나는 보통사람으로써 그들에게 보답했소. 이윽고 내가 지백에게 몸을 의탁하자 그는 나를 국사(國士)로써 나를 대했소. 그래서 나는 지백에서 국사로써 보답하려고 할 뿐이오.” 

그말을 들은 조양자는 감탄하며 말했다.

“아아, 예양이여, 그대의 지백을 위한 충절으로 명예를 이미 이루었고 나 또한 그대를 용서하여 그대에게 할 만큼 했소. 그대가 옛 주인의 원수를 갚으려는 마음은 이미 세상에 알려져 그 이름이 이루어졌소. 또한 나는 그대를 이미 용서했음으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할 수 있소. 그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나는 다시 그대를 놓아주지 않겠소!” 

비통한 심정의 예양은 자존심을 버리고 마지막 부탁을 하게된다.

“제가 듣기에 밝은 군주는 다른 사람의 훌륭한 점을 가리지 않으며 충신은 죽음으로써 의로운 이름을 남긴다고 했습니다. 군후께 청컨대 군후의 옷에 제가 칼질을 한 번 해서 원수를 갚을 마음을 이룰 수 있게 해 주신다면 저는 비록 죽어도 한이 없겠습니다.” 

예양의 말이 대의에 해당한다고 생각한 조양자는 사람을 시켜 자기 옷을 벗어 예양에게 주었으며, 예양은 칼을 뽑아 세 번 옷 위에서 뛰고 이어서 칼로 찌르며,

“내가 비록 뜻을 이루진 못하였지만 저승에서 주군을 볼 낯은 있겠구나!” 

그리고 즉시 칼 위에 엎어져 자결을 했다.

예양이 죽자 조나라의 뜻 있는 인사들은 그 충의를 기리며 모두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