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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힘은 산을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는다'라는 '역발산 기개세(力 世)'란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대 시대에서도 진짜 괴력을 뽐내는 사람들에게 붙이는 최고의 호칭으로, 이 말은 2천년전 중국 진나라때 '항우'란 사나이를 지칭하는데 쓴 표현으로,
그는 실제로 이 엄청난 호칭에 걸맞게 그는 2천년전 중국이란 대륙을 자신의 발아래 두었으며 천하를 호령했다. 


1. 어린시절

때는 진시황이 수백년간 이어진 전국시대라는 혼란의 난세를 평정하고 통일한 직후의 진나라 시기인 기원전 200년 대이다.

진나라에게 멸망당하기전 남쪽에 위치한 초나라

항우는 멸망한 초나라의 마지막 명장 '항연'의 손자이자 초나라의 귀족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일찍 여읜 그는 삼촌 '항량' 밑에서 길러졌으며 그를 늘 아버지처럼 따랐다.

항우는 키가 매우 컸고, 힘은 큰 무쇠솥을 들어올릴만 했으며 재주가 많아 지역의 사내들이 그를 당해낼 수 없었다.

이렇게 뛰어난 항우였으나 야심은 더욱 남달랐으니, 


한번은 항량이 항우에게 글을 가르치려했으나 얼마안가 흥미를 잃은 항우는 공부를 포기했고 이에 또 다시 항량이 검술을 가르쳤으나 이 또한 중간에 포기할 뿐이었다.

이 끈기심없는 항우에게 결국 항량도 화를 냈으나 항우의 대답이 걸작이다.

"글은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도 족하며 검은 한사람만을 대적할 뿐이라 배울만한 것이 못됩니다. 저는 만인을 상대하는 방법을 배우겠습니다"

이로서 항량은 항우에게 병법을 가르쳤고 항우는 매우 기뻐했으나 병법 또한 겉핥기 식으로 배울뿐 끝까지 익히려하지 않았다.

어느 날, 진시황이 항우가 사는 지역 근처로 순방을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진시황이 행차하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항우가 말했다.

"저 사람의 자리를 내가 대신할 수 있으리라"

이에 놀란 항량이 항우의 입을 급하게 틀어막고 삼족이 멸하게 된다며 경고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항우를 범상치 않다고 여겼다. 



2. 모반

그렇게 항량과 항우가 근신하며 살아가고 있을때, 드디어 멸망한 초나라 장군의 후예로서 원수를 갚을때가 왔으니,  바로 진시황 사후, 2대 황제 '호해'의 폭정에 못이겨 '진승'이란 농민이 반란(진승의 난)을 터뜨린 것이었다.

일개 농민이 일으킨 반란이었으나 후폭풍은 엄청났으니, 지금까지 참아왔던 전국의 모든 민중들이 덩달아 들고 일어나 전국이 뒤집혔다.

이에 항량이 살던 지역의 군수도 반란이 거세지니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자 진나라에 모반할 목적으로 지역 유지인 항량을 불러 앞으로의 일을 꾀하려했다.

군수의 면전으로 다가간 항량과 항우, 그러나 모반의 마음을 품은 것은 항량도 마찬가지였다. 

항량이 항우에게 신호를 보내니 항우는 바로 검을 뽑아 군수의 목을 쳐버렸고 이내 체포하려는 자들마저 항우가 쳐죽이니 수가 백명에 가까웠다.

사태가 안정되고 항량이 군수의 인수를 접수하니 사람들이 감히 고개를 들지못했고 그렇게 항량이 한 지역을 접수하여 반란의 기반을 마련한다.

초나라 마지막 명장의 후예라는 타이틀은 가히 대단했다.

각 지역의 수많은 무리들이 항량이 모반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가담했고 그들의 진격은 거침이 없었다.

하지만 파죽지세의 기세로 국가를 세우고 왕의 자리까지 오르며 반란의 무리 중 가장 강력했던 진승이 결국 진나라 중앙군에게 진압당해 일에 착오가 생기게되자 항량의 부대는 비상회의에 들어가게된다.

이때 다른 지역에서 진나라에 맞서 거병했다 고향 사람들에게 배반당하여 쫓겨난 한 남자 '유방'이 합류하게된다.

그리고 또 한사람, 모사 범증이 찾아와 상황이 복잡해진 항량에게 새로운 타계책을 제시한다.

"옛 초나라 사람들은 진나라에게 원한이 많아 항상 복수하고자하는 마음을 갖고있는데 진승은 초나라 왕의 후예를 세우지않고 스스로 왕이 되었으니 그 세력이 오래가지 못함은 당연합니다. 반면 장군이 군사를 일으키니 모든 초나라 무리들이 장군에게 귀의하는 것은 장군이 초나라의 장수 집안으로 초나라 왕의 후손을 다시 왕으로 세울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항량은 근신하며 남밑에서 양치기 생활을하던 왕의 후손을 찾아내 그를 '회왕'으로 세우며 초나라의 부흥을 선포했다.



3. 진나라의 반격

부흥에 성공한 초나라 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듯 했으니, 그들이 향하는 곳엔 모두 승전보가 울릴 뿐이었다.

그러나 연이은 승전이 오히려 항량에겐 독이였으니 항량의 부장 '송의'가 말했다.

"전쟁에서 이겼다고 군대가 교만해지면 패배할 것입니다. 지금 병사들이 나태해지고 있는 반면, 진나라는 날로갈수록 병사들이 늘어나고 있으니 저는 그것이 걱정됩니다"

하지만 항량은 듣지않았다. 

그리고 진나라가 여러번 패했다해도 그들의 사령관은 결코 만만치 않았으니 바로 진승의 난을 성공적으로 진압한 진나라 최후의 명장 '장한'이었다.

장한이 항량이 교만해진 틈을 타 모든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 군을 기습하니 초군을 대파하고 항량까지 참살하는데 성공한다.

항량의 죽음으로 인한 초비상사태에, 별도 부대를 지휘하고 있던 항우와 장수들은 급히 철수하고 회왕도 급기야 수도를 '팽성'으로 천도한다.

항량의 군대를 박살낸 장한은 초나라를 없는 나라 취급하고 조나라 왕의 후예를 세워 부흥한 또 다른 국가 조나라로 향한다.(전국시대때 북쪽에 위치한 국가)

그러나 신생국가가 기세등등한 장한의 군대를 막기에는 무리였으니, 결국 수도를 버리고 '거록'지역으로 피신하는것 뿐이었고, 조나라의 뛰어난 명사인 '진여'와 '장여' 역시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초나라의 지원만 목이빠져라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4. 대장에 오르다.

한편, 항량이 죽은 초나라도 작전을 바꿔 진나라에 대응하기로 하였으니, 병력을 두 갈래로 나눠 한 갈래는 남쪽에서 바로 관중지역(옛 진나라 영토)으로 들어가는 것과 또 한 갈래는 북쪽으로 잔격해 조나라를 구원 후 관중지역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회왕은 엄청난 포상을 걸었는데, 가장 먼저 관중(전국시대 때 진나라 영토)에 진입한 자를 관중의 왕으로 임명한다는 것이었다.(진나라의 국토는 엄청난 생산력에 지세가 견고하여 진나라가 천하통일을 하는데 큰 기반이 되었다.)

이 엄청난 포상에도 모든 장수들이 항량의 패배로 진나라 군에게 기세가 꺾여 관중에 가장 먼저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으나 오직 항우만이 항량의 복수를 위해 진격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신들은 항우가 포악하여 지나가는 곳마다 사람을 많이 죽인다고 하여 그가 진나라를 점령해도 잘 다스리지 못할 것이라하여 관대한 유방을 남쪽루트로 보내기로 한다.

항우와 유방의 관중으로의 진격로

그리고 북쪽으로 진격할 조나라 구원군을 편성하니, 나이가 많고 병법에 밝은 '송의'를 대장으로 항우를 차장으로 삼아 지원보낸다.

그러나 송의는 조나라를 구원할 생각은커녕 주연만을 연일 벌일 뿐이었다. 보다못한 항우가 송의에게 말했다.

"제가 듣기로 진나라 군이 조왕을 거록에서 포위하고 있다합니다. 속히 저희는 바깥을 공격하고 조나라가 그 내부에서 호응한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소. 지금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는데 진나라가 승리한다해도 진나라 병사들은 피로에 지쳐 우리가 이기기 쉽고 진나라가 패하면 그떄 진격하면 되는 것이니 우린 가만히 형세를 관망하면 되는 것이오."

그러나 이런 송의의 작전에 참다못한 항우가 기어코 분노를 터뜨렸다.

"지금 흉년이들어 백성과 군사들이 굶주리고 있는데 자기들은 진나라가 지친틈을 이용한다며 매일 주연을 벌이고있다.대세로보아 강력한 진나라가 새로 일어난 조나라를 격파할 것은 분명한데 조나라가 패하고 진나라가 강해진 후 무슨 지친틈을 이용한단 말인가? 국가의 안위는 지금 이 거사에 달렸다."

실제로 송의는 자신의 아들로 하여금 제나라 왕을 돕게하기위해 아들을 제나라로 은밀히 보내는 등 내통하고있었다.

이에 항우는 과감히 송의의 막사로 찾아가 단칼에 송의의 머리를 베고 군중에 영을 내렸다,

"송의는 제나라와 더불어 초나라를 배반할 모의를 꾸몄기에 회왕께서 송의를 주살토록 명하셨다!"

모든 휘하 장수들이 두려어 감히 저항하지 못했으며 항우를 임시 대장군으로 삼고 제나라로 보낸 송의의 아들은 추격해 죽여버렸다.

그리고 이 일을 회왕에게 보고하니 회왕은 항우를 대장으로 삼으니 항량 이후 항우가 다시 초나라 군의 지휘권을 잡게되었다.


5. 거록대전

이후, 조나라 구원 작전이 빠르게 시행되었다.

먼저 2만의 선봉대 하여금 황하를 건너 조나라를 구원케했으나 고전을 면치못하자 진여로부터 다시 지원요청이 들어왔다.

이에 항우가 직접 본대를 이끌고 황하를 건너 거록에 도착했으나 엄청난 승부수를 띄우는데,

바로 3일분의 식량을 제외, 타고 온배를 모두 가라앉히고 솥을 깨뜨리고 막사를 불태우며 필사의 각오를 보인다.

그리고 바로 진나라 군과 회전에 들어간다.

그렇게 펼쳐진 총 9번의 백병전에서 모두 이기며 진나라의 지휘관 4명을 사로잡거나 죽이는데 성공하니 그 위엄이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때 항우 외에도 지원 온 제후군들이 10여 진영에 달했으나 모두가 진나라 군이 두려워 감히 나서지 못했는데, 초군이 진군을 공격할때도 바라만 볼 뿐이었다.

그러나 오직 초나라 군만이 항우의 지휘 아래 용감하게 싸웠으며 끝내 거록에서 진나라를 격파하니 제후들이 모두 초나라 군을 두려워했다.

전쟁에서 승리 후, 항우가 제후들을 불러들이자 모두가 무릎걸음으로 걸으며 감히 고개조차 들지못하니 비로소 항우가 초나라 뿐만아니라 제후들의 대장이 되는 순간이었다.


6. 신안대학살

한편, 거록에서 패한 장한은 우선 물러나 항우와 대치한채 형세를 관망하고 있었는데, 진나라 황제 '호해'가 패한 책임을 물어 장한을 질책했다.

장한이 두려워 부장 '사마흔'을 보내 황제에게 알현을 청했으나 무려 3일을 기다렸음에도 황제는 만나주지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진나라의 실권은 환관 '조고'에게 넘어간 상황으로 조고는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이 두려워 알현을 허락치 않았던 것이었다. 

그리고 알현을 청한 사마흔을 죽이려했으나 다행히 사마흔은 왔던 길과는 다른길로 돌아가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사마흔이 돌아와 장한에게 말했다.

"조고가 궁중안에서 정권을 마음대로 휘두루고 있으며 그 아래에는 제대로 일할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전쟁에서 이기면 조고는 우리의 공로를 질투할 것이며 전쟁에져도 죽음을 면할 수 없게됩니다. 장군께서는 심사숙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에 장한은 항우에게 항복을 결정하고 항우의 반란군에 합류한다.

그렇게 옛 진나라의 장수들을 선봉으로 세워 진나라로 진격하던 도중, 신안 지역에 다다랐을 쯤에 항복한 진나라 병사들 사이에서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장한 장군이 우리를 속여 항우군에게 투항하게했는데 지금 만일 진나라를 이긴다면 다행이나 그러지 못한다면 항우군은 우리를 포로로해 물러날 것이다. 그렇게되면 진나라가 우리 가족들을 죽일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말을 엿들은 제후군의 장수가 항우에게 보고했고 항우가 명을 내렸다.

"진나라에 항복한 병사들이 많은데 진나라가 멸망한 후에도 그들이 복종하지 않는다면 위태로울 것이다. 차라리 항복한 진나라의 장수 '장한', '사마흔', '동예' 세사람만을 데리고 들어가는게 날 것이다."

그리고 항복한 진군을 몰래 습격하여 모두 생매장 시키니 그 수가 20만명에 달했다.



7. 기습

진나라 정예군과 결전 끝에 진나라의 입구 '함곡관'에 도착한 항우, 하지만 이미 관중은 유방이 두달 앞서 점령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관문을 굳게 닫아걸며 항우군의 출입을 막아버렸는데 이때 유방의 부하 중 불만을 품은 자가 편지를 보내온다.

"유방은 관중의 왕이 되어 자영을 재상으로 삼아 보물을 모두 차지하려 합니다."

   *자영은 진나라 호해 다음 황제로 폭정의 원흉인 조고를 참살해 인망이 높았다.

항우의 모사 범증이 말했다.

"유방은 본래 탐욕스럽고 여자를 밝히는 인물인데 지금 관중에 들어가서는 재물도 취하지않고 여자도 가까이하지 않으니 이것은 필히 큰 뜻이 있어서입니다. 지금 유방을 공격하지 않으면 천하는 유방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본래 유방은 동네 건달출신. 그는 젊었을때 일이라곤 해본적 없으며 하루하루 술과 여자를끼며 동네 동생들 모아다가 싸움박질만 일삼고 아버지에게 욕이나 먹던 인물이었다. (그렇게 백수로 일관한 그가 거병할 당시 그의 나이는 무려 40살이었다.)

이에 크게 노한 항우는 다음날 아침 유방을 기습하기로한다.(당시 항우군의 전력 40만, 유방군의 전력 10만)

그러나 항우의 또 다른 삼촌 '항백'이 유방 진영에 있는 친구 '장량'이라도 구하기 위해 몰래 빠져나가 그에게 이르길,

"유방을 따르지 마십시오."

"유방 장군이 지금 위태로운 처지에 있다하여 도망가는 것은 의롭지 못한 일이니 이 사실을 장군에게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량에게 모든 사실을 들은 유방은 크게 놀랜다.

"이를 어떻게해야 좋소."

"누가 이런 계책을 장군에게 말했습니까."

"어떤 서생놈이 함곡관을 틀어막고 제후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중에서 왕 노릇을 할 수 있을 거라 말했소."

"장군이 항우를 이길 수 있다 생각하십니까?"

"이길 수 없소. 어떻게 해야하오?"

"항백에게 장군께서 항우를 배반할 마음이 없다고 밝히시는게 좋을 겁니다."

"항백을 불러주시오. 내 그를 형으로 대할 것이오."

이에 항백이 들어오니 유방은 술잔을 들어 축수하고 자신의 딸을 항백의 아들과 혼인하는 약조까지하는 등, 항백의 환심을 사기위한 모든 수를 다 쓰며 말했다.

"저는 관중에 들어온 후부터 아무리 작은 물건이라도 함부로 취하지 않았고 창고를 잘 정리해 항장군이 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수를 보내어 관중을 막은 것은 단지 도적을 막기위한 것으로 밤낮으로 장군이 오시기만을 기다렸을 뿐이니, 장군께 잘 말씀드려 주십시오."

"내일 아침 일찍 항장군께 사죄하지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8. 흥문의 연회

유방은 다음날 아침 일찍 소수의 병력만데리고 항우가 있는 흥문(鴻門)으로가 사죄하며 말했다.

"신은 장군과 죽을 힘을다해 진나라를 공격했으며 본의 아니게 제가 먼저 관중에 진입해 여기서 다시 장군을 뵐 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런데 소인배들의 장난으로 장군과 틈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장군의 부하가 나에게 보내온 서신 떄문이오. 그게 아니라면 어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겠소."

그리고 승리를 축하하는 술자리가 시작됬다. 하지마 동시에 유방의 죽음을 기리는 술자리이기도 했으니, 이미 항우와 범증은 유방을 죽이기로 입을 다 맞춘 상태였고, 범증이 기회를 보아 항우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유방이 별볼일 없다 생각했는지, 아님 마음이 약해졌는지 항우는 유방을 냅뒀고 그렇게 범증이 신호를 보내길 수차례, 항우는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않았다.

보다못한 범증이 밖으로나가 항우의 부장 '항장'이란 자에게 이르길,

"장군의 사람됨이 모질지 못해 그대가 연회장에서 검무를 청하여 기회를 보아 유방을 죽이시오."

이에 항장이 연회장으로 들어가 말했다.

"장군꼐서 연회를 여시는데, 흥을 돋울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제가 검무를 추고자 합니다."

"좋다."

항우의 허락하에 항장이 칼을 뽑으니 그렇게 유방의 심장을 노리는 서슬퍼런 검무가 시작됐다.

그러나 때마침 항백 또한 칼을 뽑고 일어나 유방을 감싸니 감히 항장이 유방을 공격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항백은 본래 문관 출신으로 무관을 상대로 오래버티는 것은 무리였다.

같이 동석한 장량 또한 이를 위험하다 여겨 밖에 대기하고있는 유방의 절친한 동생이자 부하 장군인 '번쾌'를 만나는데 번쾌가 묻길,

"오늘 일이 어떠합니까"

"매우 위험합니다"

"제가 들어가 유방 장군과 생사를 함께 하겠습니다."

그러고는 막아서는 보초병들을 단숨에 밀어붙여 쓰러뜨리며 연회장에 들어갔다.

"그대는 누구인가"

"유방 장군의 부하 번쾌입니다."

"이 자에게 술과 돼지 다리를 주어라."

즉시 술과 익히지 않은 돼지다리가 나오자 번쾌는 방패를 땅에 깔고 그 위에 돼지 다리를 올려놓은 후 단숨에 검으로 잘라먹었다.

"장사로다, 더 마실 수 있겠는가?"

"신은 죽음도 피하지않는데 어찌 술 한잔을 사양하겠습니까? 진나라의 폭정이 날로 갈수록 심해지니 사람들이 모두 국가로부터 등을 돌렸고, 이에 회왕께서는 가장먼저 관중에 진입한 자를 왕으로 임명한다는 약속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유방 장군은 오히려 관중에 먼저 진입했음에도 항장군이 오시기만을 기다렸는데 이런 공많은 자에게 상을 내리지 못할망정 소인배의 말만들으시니 멸망한 진나라의 뒤를 잇는 꼴입니다"

항우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유방이 화장실을 가며 장량과 번쾌를 불러냈다.

하지만 이것은 두려워한 유방이 도망가기 위한 속임수, 그러나 다시 항우는 유방에게 되돌아오라고 사람을 보냈다.

유방이 말했다.

"지금 하직인사도 하지 않았는데 어떡하면 좋소?"

"큰일을 할때는 작은일을 돌아보지 않고 큰 예절을 행할떄는 작은 허물을 사양치 않는 것입니다. 지금 저들이 칼과 도마가되고 우리는 그 위에 올려진 생선에 불과한데  무슨 인사를 하려하십니까?"

유방은 장량에게 뒷마무리를 부탁하며 달아날 것을 결정한다. 장량이 물었다.

"장군께서 오실때 어떤 선물을 갖고 오셨습니까?"

"백색 둥근 옥 한쌍은 항장군께 바치고 옥두를 범증에게 주고자 하였소. 그대가 나를 위해 대신 바쳐주시오."

그리고 유방은 잽싸게 달아났다.

장량이 다시 연회장으로 들어가 항우에게 사죄했다.

"유방 장군께서 술을 이기지 못해 하직인사를 올릴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저에게 대신하여 가져온 보물들을 장군과 범증께 드리라했습니다."

"유방 장군은 어디 계신가."

"이미 그의 군영에 도착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유방마저 제압하며 제후중에서 으뜸이된 항우가 자신을 서초패왕(西楚覇王)으로 칭하니 중국의 패권을 잡았음을 알렸다.

이 모든것이 그가 봉기한지 3년만에 일어난 일로 그의 나이는 27살이었다.

 

9. 분봉

27살의 나이로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서초패왕에 오르며 중국을 제압한 항우.

그리고 강력한 중앙집권국가인 통일 진나라로 하나된 중국을 공 있는 제후들에게 분봉하며 다시 중국을 나눈다.

항우가 분봉한 18제후들의 국가위치와 이름. 동쪽의 초나라가 항우의 국가, 서쪽의 구석에 자리잡은 한나라가 유방의 국가였다. 

먼저 자신의 주군이자 초나라 '회왕'을 '의제(義帝)'라는 황제의 위치로 격상시켜 형식상 가장 높은 자리에 올려두고(실권은 여전히 항우가 갖는 방식) 나머지 제후들에게는 영토를 주며 왕으로 봉하니 중국은 19개 국가로 나뉘었다.

그러나 완벽하게 중국을 손에 넣은 상황에서도 단 한 사람만큼은 방심할 수 없었으니, 바로 자신보다 회왕의 약조에 의해 먼저 관중에 진입하여 옛 진나라 땅을 온전히 차지하는 '관중왕'이 될 자격이있는 '유방'이었다.

만약 유방을 관중왕으로 임명하면 유방의 세력이 커지고, 그렇다고 임명하지 않는다면 제후들의 신뢰를 잃게되는 데다가 자신의 주군인 의제로부터 약속을 지키라는 압박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있는 매우 곤란한 상황이었다.

파촉지역은 고난이도의 험지로 들어오는 것도 어렵지만 나가는것도 무척이나 어려웠다.

이에 항우는 유방에게 관중의 일부이자 변방 지역인 파촉 지역의 땅을 주며 유방을 한왕(漢王)으로 봉해버리는 식으로 약속을 얼버무려 지킨다.

그리고 진짜 관중의 핵심지역이자 파촉 지역의 입구에 해당하는 지역을 장한을 비롯한 진나라 출신 장군 3명에게 삼등분으로 분봉하여 유방을 완전히 봉쇄해버렸다.(위 지도에서 보이는 새, 적, 옹나라 3개 국가가 유방의 진출을 막았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진나라 마지막 황제, 자영

그러는 한편, 진나라의 멸망을 알리기 위해 항복한 진나라 마지막 황제 '자영'을 처형하고, 궁궐들을 불태우니 무려 3개월에 걸쳐 불탔다고 한다.(자영은 권력을 찬탈한 환관 '조고'를 죽였기에 진나라 내에서 인망이 굉장히 좋았다.)

진나라를 완전한 멸망시킨 항우가 진나라의 백성들과 온갖 보물들을 갖고 서쪽의 초나라로 돌아가려는 이때 한 사람이 말했다.

"관중은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있고 토지가 비옥하니 도읍으로 삼기에 이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진나라 궁궐이 이미 불탄데다 또 고향이 그리웠기에 항우가 이에 답하길,

"부귀한 후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것은 아름다운 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소."

이런 항우의 결정에 조언한 사람이 크게 실망하며 한탄하자 이를들은 항우가 그를 처형시켜버렸다.


10. 끝나지 않은 혼란

의제는 전국시대 초나라의 적통으로, 초나라 반군의 구심점이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로 돌아가 자신이 정치를 하는데 한 가지 방해물이 더있었으니 바로 자신의 주군 '의제'였다.

유방의 관중왕 임명 관련건에서 보았듯 항우는 그가 번번히 자신의 결정에 간섭하는게 마음에 들지않았다.

이에 항우는 의제를 천도란 명목으로 초나라의 수도 '팽성'에서 먼 벽지로 유배 보내고자하여 사자를 보냈고, 아무런 힘이 없는 의제는 순순히 허락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 없었던 항우는 끝내 형산왕 '공오'를 시켜 의제를 죽이니 항우가 무력 뿐아니라 서열에서도 최고에 오르며 완벽한 실권자에 오른다.'

그렇게 혼란의 원흉인 진나라 시대가 끝이나고 다시 새로운 세상의 주인이 정해지며 다시 안정을 찾는듯 하였으나 천하는 폭발 직전의 휴화산처럼 다시금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항우의 불공평한 분봉이 원인이었던 것.

항우는 자신과 친한 제후들만 좋은 땅을주고, 공로가 있거나 초나라 회왕처럼 전국시대 국가들의 적통 출신으로 각 지역에서 반란의 구심점이 되었던 기존의 제후들을 나쁜 땅으로 쫓아버렸던 것이었다.

조나라의 명사 '진여'가 제나라의 왕 '전영'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후들의 불만이 어떠하였는지 엿볼 수 있다.

"천하를 주재하고 있는 항우는 공평치 못합니다. 원래 제후왕들을 나쁜 땅으로 옮기게하고 자기의 신하들과 장수들에게만 좋은 땅을주었으며 원래의 조나라 군주를 쫓아내고 험지인 대나라로 옮기게하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봉의 가장 큰 피해자 유방 역시 반란의 마음을 품은건 매한가지였다.

동쪽 출신인 자신을 서쪽의 벽지이자 험지로 몰아넣은 것도 모자라 자신의 10만 병력을 해산시켜 단 3만 병력만을 따르게하였으며 또한 거기서 그마저도 갇혀죽을 것을 두려워한 수많은 장졸들이 달아났다.

험지에 갇힌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3명의 진나라 장군 출신 왕들이 입구를 지키니 유방 역시 할 수 있는 것이란 갇혀죽는 것을 기다릴 뿐이었다.

한신은 원래 항우의 경호원에 불과했으나 신임을 받지못해 유방에게 귀순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방에게 기적같이 한 남자가 찾아온다.

바로 '한신'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유방의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대왕의 관리와 장병들은 모두 동쪽 출신이라 밤낮으로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가고자 합니다. 이 예리한 기운을 이용해 나간다면 대왕은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때를 놓쳐 천하가 안정되어 백성들이 편안한 세상이 된다면 예리한 기운을 이용할 수 없으니 결단을 내리셔서 동쪽으로 진군하여 항우와 천하를 겨뤄보시기 바랍니다"

파란색 부분이 조나라, 제나라 지역

그리고 인내 끝에 바로 그 기회가 왔으니 조나라와 제나라가 연계하여 반란이 크게 터진 것이었다.

빨간색 - 유방의 진격로/초록색 - 항우의 진격로, 남정은 삼국지 한중에 속한 지역이다. <지도출저:유튜브 강독회>

이에 분노한 항우는 반란 토벌을 위해 제나라로 진군했고 항우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 대원수 한신을 필두로한 유방의 한(漢)군도 치고 올라갔다.

전쟁의 두려움보다 고향에 돌아간다는 즐거움이 더욱 큰 한나라 군사들의 기세는 매우 강렬했으니, 진나라 마지막 명장이자 옹나라 왕 '장한'조차 한군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항우가 제나라 군을 단숨에 격파하니 제나라 왕 '전영'은 달아나다 백성들에게 살해당하고 이에 제나라 모든 성들이 항우에게 다시 항복함에 반란은 예상외로 빠르게 잠재워져갔으니,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유방에겐 이 점이 큰 변수였다.

하지만 또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항우의 포악함이었다.

항우는 귀족출신으로 예의를 알아 선비를 예로 대할 줄 알고, 병든 자를보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음식을 나누어줄 정도로 자상했으나 자신에게 대항하는 자들에겐 한없이 잔인했다.

제나라 왕이 죽으며 반란이 거의 진압되었음에도 지나가는 곳마다 고을들을 모조리 파괴하고 항복한 병사들은 생매장했으며 죄없는 제나라 백성들을 포로로 끌고가니 , 이러한 항우의 잔인함에 제나라 사람들은 크게 분노했고 제나라 왕의 동생 '전영'이 다시 사람들을 모아 항우에 대항하였다.



11. 팽성대전


싸워도 죽고 항복해도 죽는 뒤없는 이 답없는 상황에서 제나라 사람들은 미친듯이 싸웠고 이번에는 항우로서도 쉽게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형국은 유방에게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주었다.

파죽지세의 유방, 2차 반란을 재차 진압하러 가는 항우.

유방은 관중을 모조리 장악했을 뿐 아니라 계속해서 동쪽으로 진출하니 많은 제후들이 유방에게 항복했다.

그리고 유방이 전쟁의 명분을 완전히 거머쥐게되는 사건이 일어나니, 바로 의제가 죽는 것을 지켜본 백성들이 의제 피살 사건을 유방에게 알리게된 것이었다.

이에 유방은 자신의 주군이기도 했던 의제의 3일장을 치르고 제후들에게 사자를 보내 이와 같이 고했다.

"천하의 제후들이 의제를 세워 북면하여 왕으로 받들었다. 그러나 항우가 의제를 쫓아낸 다음 기어이 죽이니 참으로 대역무도하다. 과인이 의제를 위해 상을 발하니 제후들은 모두 흰 옷을 입고 애도하라. 과인은 군사를 일으켜 제후왕들과 함꼐 의제를 죽인 항우를 격살하고자 한다."

유방의 군대가 단순 반란에서 대의명분의 군대로 탈바꿈하며 전쟁의 명분을 거머쥐게되니, 많은 제후들이 그에게 모여들었고 파촉에 들어갔을때 3만에 불과한 유방의 군대는 불고 불어 무려 56만에 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제나라에 발목을 제대로 잡힌 항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어느새 유방의 군대가 초나라 수도 '팽성'의 코앞까지 이르게 되었다.

마침내 팽성은 유방의 제후 연합군에게 맥없이 함락되었고, 유방의 반란은 그렇게 대성공으로 끝나는 듯하였다.

제나라 방면과 한나라 방면 두개의 전선이 형성된 것도 모자라 본거지까지 뺏긴 비상 사태임에 누구든지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서 끝났다면 항우라는 인물은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니 항우는 역시 남달랐다. 

항우는 이 비상사태에서 우선 제나라 토벌을 잠시 멈추고 병력을추려 팽성 탈환을 위해 곧바로 초나라로 진격했고, 반면 항우가 오리라곤 꿈에도 생각치못한 유방은 승리의 기쁨에 연일 주연을 벌일 뿐이었다.

이떄 항우의 병력은 단 3만.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다름없었으나 초군은 강력했고 새벽부터 시작된 공격에 한군은 재빠르게 무너져갔다.

그리고 끝내 한군과의 대전투에서 크게 격파하여 팽성을 탈환하니 전투는 오히려 초군이 한군을 추격하는 형세가되었다.

달아나기 바쁜 한군은 곡수와 사수에서 10만이 죽었고 한군이 모두 남쪽의 산으로 도망치자 초군은 이를 계속 추격하여 수수에 이르게되었다.

결국 도망칠 곳을 잃은 한군은 수수에서 또 10만이 빠져죽어 강이 흐르지 않을 정도였다.

유방의 상황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유방 역시 초군에게 포위당했으나 갑자기 큰 바람이 일어 집과 나무를 부러뜨리며 초군에게까지 불어닥치니, 유방은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러나 초군의 추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으니 금새 초군이 다시 따라붙었다.

계속되는 도주로 말이 몹시 지치고 추격군은 가까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방은 왕으로서는 최선이자 아버지로서는 최악의 결단을 내린다.

바로 수레에 태우고있던 자식들을 밀쳐 떨어뜨려 수레를 가볍게하여 어떻게든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한 것이었다.

그러나 수레를 몰던 유방의 부장 '하후영'이 떨어진 아이들을 번번히 다시 태우니 이러기를 세차례 반복하자, 이에 상황이 급박하고 크게 화가 난 유방이 하후영을 무려 10차례나 찔러 죽이려했으나 하후영이 말했다.

"비록 사태가 다급하다하지만 말을 빨리 몰 수 없는데 어찌 두 아이를 버리려고하십니까!"

유방은 끝내 아버지로서 잔인한 행동을 그만두고 다행히 아이들과 무사귀환 할 수 있었다.

56만이라 불리는 대군이 산산조각나고 유방 자신마저 아이들을 버리면서까지 달아나야했을 정도의 대패였다. 아버지며 부인 등 가족 모두가 항우의 포로가 되었다.

완벽한 항우의 대승. 모든 제후들이 항우의 이 괴물같은 대승에 다시 초나라에 귀순하니 진나라 멸망 이후, 항우가 다시 천하의 패권을 가져오는 순간이었다.

 


12. 배반

모든 제후들이 자신의 편으로 돌아서고 한나라가 기록적인 대패를 당한 이때는 항우에게 한나라를 뿌리 뽑을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유방 역시 만만치 않았으나 멸망직전의 상황에서도 이 사나이는 항우를 이길 계책을 장량에게 계책을 묻는다.

"내가 함곡관 동쪽의 땅을 모두 주어서라도 천하를 통일하고자하는데 누가 나와 대업을 이룰 수 있겠소?"

"구강왕 '영포'는 항우의 맹장이나 항우와 사이가 소원해졌고 '팽월'은 제,위나라 부근에서 반란을 일으켰으니 이 두 사람을 급히 써야합니다. 그리고 대왕의 장수 중 한신만이 능히 큰일을 할 수 있습니다."  

구강의 위치. 패전 수습의 시간을 벌기위해서는 초나라 옆에있는 영포의 반란이 핵심이었다.

팽월은 본래 항우의 부하가 아니었고 한신은 유방의 부하였으니 상관없었으나, '영포'는 항우가 봉기했을때부터 엄청난 활약으로 인해 왕위에 오르며 크게 신임받는 인물로 항우와 관계가 소원해졌다하여 쉽게 회유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팽성대전의 패배로 계속 후퇴를 하는 도중에도 시간은 없는데다 영포에게 누구를 보내야할지 몰라 답답해진 유방은 어느 날, 신하들 앞에서 크게 소리친다.

"너희 같은 놈들하고는 천하대사를 논할 수 없구나!"

유방의 신하 '수하(소하 아님)'가 말했다.

"대왕께서 말씀하신 저의를 모르겠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영포로 하여금 초나라로부터 반란을 일으키게 할 수 있겠느나. 만약 그가 항우의 발목을 몇 달만 잡는다면 내가 천하를 통일하는데 실수가 없을 것이다."

"신이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을 청하옵니다"

한나라가 크게 무저진 상황에서 적을 회유해야하는 임무에다 적의 신하인 입장으로 자칫 죽을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유방의 생존은 이제 소하에게 달렸다.

관중에서 형양으로 미친 지원을하는 소하, 서진하는 초군

영포의 회유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초나라의 추격은 계속되었다.

이에 한나라의 승상 '소하'는 구국의 결단을 내리는데, 징발장부에도 없는 노인이며 어린이까지 무기를 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싹 다 모아 전선에 보내니 간신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기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떄마침 소하가 기적같이 영포 회유에 성공하면서 유방은 천금같은 기회를 얻게된다.

각자 배신자를 처단하는 유방과 항우. 육-구강의 수도, 안읍- 위나라의 수도

영포는 훌륭하게 항우의 발목을 잘 잡아주었고, 항우는 한나라를 뿌리뽑을 수 있는 이 골든타임을 모반자 처단으로 소비하게 된다.

그러나 유방에게도 뜻밖의 배신자가 생기니 바로 위나라 왕 '위표'였다.

어머니의 병간호 구실로 위나라로 돌아간 위표가 황하의 나루터를 끊고 초나라를 섬겨버린 것이었다.

이에 유방은 한신을 파견하니 한신은 훌륭한 전술로 위나라를 토벌하고 위표를 사로잡는데 성공한다. 이후 한신은 전황의 역전을위해 북벌을 위해 북으로 전진한다.

얼마후 항우 역시 영포를 토벌하는데 성공하니 영포는 소하와 함께 끝내 한나라로 도망친다. 그러나 영포의 역할은 이것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항우의 한나라 공략이 시작되었다.

이떄 한나라 군은 '오창'이란 곡창지대에서부터 용도(방어용 울타리)를 쭉 건설하면서까지 식량을 형양으로 실어날랐는데, 초나라 군이 이 용도를 침입하여 보급 차단에 들어간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관중에 대기근까지들어 안팎으로 허덕이던 유방이였으니, 사기는 꺾이며 보급은 턱없이 부족하고 외부로부터 지원군도 없는 상황에서 마침내 유방은 항복에가까운 강화를 요청하는데 이른다.

그러나 전쟁에 지친건 항우 역시 마찬가지. 이를 받아들이려는 순간, 범증이 말했다.

"지금 한군을 해치우기란 매우 쉬운 상황입니다. 지금 유방을 놓아준다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것입니다."

이에 항우는 더욱 거세게 형양을 압박하니 유방의 앞날은 어두워져만갈 뿐이었다.

 



13. 이간

이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유방의 모사 '진평'이 계책을 내었다.

  *진평 역시 항우의 신하였으나 항우에게 크게 신임을 잃어 불만을품고 유방에게 귀순했다.

"항왕의 사람됨은 시기하고 의심하기를 잘합니다. 또한 항우가 믿는 사람으로는 범증을 비롯한 몇 사람밖에 되지 않으니 이간책으로 그들의 사이를 떼어놓으면 서로가 서로를 죽일 것입니다."

유방은 진평의 계책이 옳다 생각하여 계책의 시행을 위해 무수한 황금을 주어 마음대로 쓰게하고 사용의 출처는 묻지않았다.

진평은 이 황금으로 초나라에 대량으로 첩자를 파견하고 매수하여 다음과 같은 소문을 퍼뜨리게 했다.

"항우의 공있는 장군들이 분봉에 불만을품어 한나라와 동맹해 항우를 멸망시키고 왕이되려한다"

소문은 항우의 귀에도 들어갔고 범증을 비롯한 부하들을 의심하기 시작한 항우는 사자를 탐색겸 한나라로 보낸다.

그러나 이것이 바로 진평의 노림수였으니, 사자에게 성대하게 준비된 음식상의 대접을 명한 진평이 이내 사자를 보고는 크게 놀라 말했다.

"나는 범증의 사자인줄알았는데 항왕의 사자였구나!"

그리고는 조촐한 음식상을 내와 사자를 대접했다.

이후 사자가 돌아와 항우에게 일어난 일들에대해 보고하자 항우는 범증이 유방과 내통하고 있다고 생각해 범증의 권력을 뻇어버리니 범증이 크게 화내며 말했다.

"천하의 일이 대체로 정해졌으니 이제 군왕께서 스스로 하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컨대 이 늙은이를 자유롭게하여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항우는 이를 허락하고 범증은 초나라로 돌아갔으나, 이미 칠십이 넘은 범증은 도중에 종기가 나서 죽고말았다.

이렇게 항우의 책사를 보내버리고 그 밑에 부하들과 사이를 멀어지게해 공격을 잠시 늦추기는 했으나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었으니 항우의 압박은 지속되었다.

항우의 지속된 압박 속에 형양성의 식량은 거의 고갈되었고 탈출방법을 고심하던 끝에 진평의 계책에 따라 잔인한 수를 쓰기 이르는데,  야밤에 형양성내 여자 2천명을 군인으로 위장시켜 내보내 초군의 시선을끌고 초군이 사방에서 달려들어 여자들을 공격하니 마침내 그 틈을 타 유방은 달아날 수 있었다.


그리고 탈출작전의 화룡정점, 유방으로 분장한 부장 '기신'이 왕의 수레를타고 거짓으로 항복하니 유방으로 착각한 초나라군 모두가 만세를 외쳤으나 승리의 기쁨에 젖은 것도 잠시, 가짜 유방이란 것을 알아챈 항우가 기신에게 물었다.

"유방은 어디있나?"

"한왕은 이미 떠났소."

이에 분노한 항우는 기신을 태워죽인다.

 



14. 승리가 눈앞에

간신히 형양성을 빠져나와 본거지인 관중으로 돌아간 유방. 다시 한번 군사를 모아 동진하여 항우와 붙어보려는 이떄 '원생'이란 자가 계책을 제시한다.

"한나라와 초나라가 형양성을 사이에 두고 몇 해를 대치했음에도 한나라는 수세에 몰렸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무관(관중의 남쪽 관문)으로 나가시면 항우는 필시 군사를 이끌고 남쪽으로 올 것입니다. 이떄 한신에게 북벌을 명해 조, 연, 제를 평정하도록 하십시오. 이와같이 하신다면 초군은 우리의 양동작전에 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고 전력은 분산되어 우리는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다시 한번 싸운다면 반드시 이길 수 있습니다."

무관을 나와 '남양'으로 진군하는 유방과 그에 도전하는 항우. 남양은 삼국지의 '완'성 지역이다.

이에 유방이 남쪽으로 진군하니 항우도 이에 맞춰 형양성 함락은 일단 미뤄두고 남쪽으로 재차 도전해왔다.

항우가 중국의 최고 실권자로서 통치명분을 쥐고있고 모든 제후들이 돌아선 상황에서 유방만 잡는다면 나머지 유방의 부대들은 도적집단에 지나지 않을 뿐이었다.

그러나 유방은 단지 방벽에 굳게 의지하며 싸움을 피할 뿐이었다.

이렇게 교착상태가 어느정도 지속되자 뜻하지 않은 상황이 터져나왔다. 

하비를 습격하는 팽월

바로 바깥에서 유방의 게릴라 부대를 이끄는 '팽월'이 동쪽 초나라 지역에 나타나 초군을 격파하여 그 일대를 소란스럽게 했던 것이었다.

다시 한번 본진이 위험에 처하자 항우는 유방의 포위를 풀고 팽월을 공격하러 가니, 이 틈을 타 유방은 다시 형양성과 더불어 동진의 발판이되는 성고성에 들어갔다.

그러나 항우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유방이 성고성에서 안정을 취하고 기반을 다질 틈도없이, 항우는 단숨에 팽월을 격파하더니 무서운 속도로 서진하여 어느새 형양성을 재차 공격한 것이었다.

유방이 있었을때도 위태로웠던 형양성 따위는 상대가 되지않았으니 동진의 최일선 형양성은 결국 함락되었다.

그러나 형양성의 성주 '주가'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용감히 싸웠으니 항우가 포로가된 그에게 말했다.

"나의 장수가 된다면 대장의 자리를주고 3만호의 제후에 봉하겠다"

"그대가 한나라에 항복하지 않으면 그대도 한나라의 포로가 될 뿐이다. 그대는 한나라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이에 크게 분노한 항우가 주가를 팽살했다.

이후, 형양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항우가 바로 유방이 있는 성고성까지 포위해버리니 유방은 또 다시 궁지에 몰렸다.

결국 이 답없는 상황에서 유방은 다시 한번 도주하니, 야밤을 틈타 몰래 하후영만을 데리고 단신으로 성고성을 탈출한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오히려 유방의 동진을 완전히 분쇄하고 죽음직전까지 몰아넣은 항우, 그의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듯했다.

 

15. 유방의 승부수

유방이 달아난 성고성 역시 바람앞에 등불이었으니, 항우가 이내 성고성을 함락시켰다.

이제 유방의 본진인 관중만 남은 상황이었다.

공성은 관중의 입구인 '함곡관'의 마지막 보루였다.

이에 승세를 탄 초나라 군이 유방의 숨통을 끊기위해 관중으로 진격했고 한군은 간신히 이를 '공성'에서 저지할 수 있었으나 형양과 성고가 넘어간 상황에서 공성의 함락 또한 시간문제였다. 

한신의 군영이있는 '소수무'로 달아나는 유방.

반면, 앞서 성고성을 탈출한 유방은 주위에 병력하나 없이 '하후영'만을 데리고 모두가 잠든 새벽, 문지기에게 한왕의 사자라고 속인 후 북벌중인 한신의 군영에 단독으로 침입한다.

이때 한신은 취침중에 있었는데 유방은 한신의 침실로 들어가 그의 대원수 인장을 회수하고 한신 휘하 장군들을 소집해 순식간에 자신의 밑으로 재배치시킨다.

이후 잠에서 깨어 막사로 들어간 한신은 유방이 와있는 이 경악스러운 상황에 크게 놀란다.

유방의 카리스마에 눌린 한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렇게 한신은 위, 대, 조, 연 4개 국가를 모조리 멸망시킨 백전백승의 군대를 빈털털이 유방에게 뺏긴다.

병력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유방은 한신에게 병사를 새로 모집하여 북쪽의 마지막 남은 국가, '제나라' 정벌을 명하니 한신은 그저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한신의 군대를 얻고 다시 사기가 오른 유방은 남하하여 항우와 다시 붙어보려했다.

그러나 '정충'이란 자가 이를 황급히 말린다.

"보루를 높이고 참호를 깊이파서 굳게 지키기만 해야합니다. 결코 항우와 싸워서는 안됩니다."

'백마진'으로 팽월에게 지원군을 보내는 유방

이에 유방은 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게릴라 부대를 이끄는 팽월에게 무려 2만의 군사를 지원하는 승부수를 던진다.

팽성대전 후 유방의 생존이 영포의 반란에게 달렸다면 이제 유방의 생존은 팽월이 얼마만큼 시간을 끌어주는지에 달리게되었다.

안그래도 게릴라의 훌륭한 소질을 가졌던 팽월이였으나, 유방의 지원까지 받으니 팽월은 말 그대로 미쳐날뛰기 시작한다.

팽성과 형양사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팽월. 보급기지와 보급로를 철저히 파괴하는 한편, 무려 17개성을 함락시킨다.

아직 형양에서 항우와 유방이 대치하고있는 시기, 항우의 후방을 급습하여 보급창고를 모조리 불지르고 보급로를 파괴하는 등 그 일대를 쑥대밭을 만들어버린다.

항우가 없는 항우의 부하들은 팽월의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 번번히 패배할 뿐이었다.


16. 유방의 반격

유방을 다 잡은 상황에서 또 다시 동진하는 항우

서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보급이 필수였던 항우에게 이는 큰 골칫거리였으니 결국 유방을 다 잡은 상황에서 또 다시 발길을 돌려 팽월 추격에 나선다.

그러나 자신이 자리를 비운틈에 유방이 공격할 것을 걱정한 항우는 성고성의 수비를 '조구'에게 맡기며 신신당부한다.

"한군이 싸움을 걸어도 절대 싸우지말고 한군이 동쪽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수비만 하시오. 단 보름이면 반드시 팽월을 죽이고 그대에게 합류하겠소."

그리고 팽월로부터 빼앗긴 지역의 탈환을 위해 진격하나 팽월은 이미 달아난 후 였고 빼앗긴 지역들은 항우에게 다시 줄줄이 항복해버린다.

그러나 그 중 '외황성'만이 버티다가 항복해버리니 이에 화가 난 항우는 경악할만한 명령을 내린다.

바로 다시는 덤비지 못하도록 외황성 내 15세 이상의 남자들을 모두 생매장시키도록 명한 것이었다.

성내는 이내 울음바다가 되었으나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13살의 꼬마가 용감하게도 항우에게 알현을 청했으니 항우는 이를 허락한다.

꼬마가 말했다.

"팽월이 강압적으로 외황을 위협하니 이를 두려워한 외황 사람들은 우선 거짓으로 항복하고 이내 대왕만이 오시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도착한 대왕께서도 모두 생매장하려 하시니 어찌 백성들이 대왕께 의탁하겠습니까? 만약 생매장하신다면 남아있는 성들이 쉽게 항복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크게 깨달은 항우는 명령을 철회하고 남아있는 지역의 탈환을 위해 다시 진격하니 팽월에게 빼앗긴 지역이 모두 항복하고 항우는 다시 후방을 회복한다.

한편, 유방 역시 항우가 없는 틈을 타 성고성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성의 수비를 맡은 조구는 항우의 명에 따라 지키기만 할뿐 한군의 도전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군은 굉장히 노골적이고 원초적인 작전을 쓰기 이르는데, 바로 군사들에게 조구의 욕을 시킨 것이다.

한 두사람도 아닌 수천, 수만사람들이 욕을 해대니 그 욕은 천지를 울릴 지경이었는데, 그렇게 수치스러운 욕이 5,6일간 지속되자 조구의 인내심도 한계에 달하게된다.

이윽고 폭발한 조구가 마침내 병력을 이끌고 성밖으로 나왔으니 '사수'라는 강을 건너 한군을 공격하려했다.

그러나 한군은 이미 조구를 잡을 그물을 쳐놓고 있었으니 조구가 강을 반쯤 건넜을 쯤, 한군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에 초군은 크게 무너지고 결국 조고는 강 한가운데서 목을 찔러 자살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유방은 다시 동진의 발판이되는 성고를 탈환하는데 성공하며 공격의 발판을 마련한다.

   


17. 광무대치

이윽고 성고성이 떨어졌다는 소식은 항우에게도 들어갔고 항우 역시 황급히 유방의 동진을 저지하기위해 다시 성고방면으로 진격했고, 그렇게 항우와 유방 두 영웅은 '광무'에서 대치하게된다.

그러나 대치 상황에서도 후방에서의 팽월의 교란으로 인한 보급 곤란은 계속되었고 초조해진 항우는 충격적인 수를 쓰기 이른다.

 

그것은 바로 팽성대전 때 사로잡은 유방의 부친을 이용하는 것이었으니, 항우는 큰 도마를 만들고 유방의 부친을 그 위에 올려놓은 후, 유방에게 통고했다.

"지금 항복하지 않으면 내가 그대의 아버지를 삶아 죽이겠다"

하지만 이런 항우의 충격적인 제안에  유방 더 충격적인 발언으로 응수한다.

"나와 항우, 너는 예전에 함께 회왕을 섬기며 명을 받을 때 '형제가 되기로 약속한다' 했으니 나의 아버지는 너의 아버지도 될 것이다. 그런 너의 아버지를 반드시 삶고야 말겠다면 내게도 그 삶은 국물 한 그릇 나눠주기 바란다."

  *이 시대를 초월하는 패드립은 1,800년 후의 조선의 효종 임금에게까지 전해졌고 효종은 이에 "차마 내뱉을 수 있는 말이 아니다"라고 하였다. 

이런 유방의 발언에 화가 끝가지 난 항우가 진짜 삶으려했으나 항우의 숙부 '항백'이 말했다.

"천하의 일이란 아직 알 수 없으며 또한 천하를 도모하는 자는 자신의 집을 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따라서 유방의 부친을 죽인다한들 득될것이 없고 그저 화만 더하게하는 꼴이 될 것이다."

이에 항우는 유방의 부친을 살해하는 것을 그만둔다.




18. 광무대치2

전설의 패드립 사건이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항우가 말을 걸어왔다. 

당시 초군과 한군 모두가 오래된 전쟁으로 장정들이며 노약자 모두 피로가 극에달해 쓰러질 상황이었다. 

"천하가 흉흉한 것은 오직 우리 두 사람 때문이다. 유방 그대와 내가 단 둘이서 자웅을 겨룬다면 백성들이 고생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나는 차라리 지혜로 싸울 수 없지만 힘으로 싸울 수 없다."

이에 항우가 자신의 군중에서 힘 꽤나 쓰는 자신의 부하로 하여금 한군에게 싸움을 걸도록했고 한군 측에서는 '누번'이라는 명사수가 싸움을 걸어오는 초나라 장군을 활을 쏘아 죽여버렸다.

이것을 본 항우는 크게 화내며 이번엔 항우 자신이 직접 창을 들고나가 싸움을 걸었고, 누번이 다시 활을 쏘려고 하자 항우가 크게 꾸짖으니 누번은 항우를 감히 쳐다보지도 못하고 겁에질린채 자신의 진영으로 도망간다.

이윽고 유방이 다음에 튀어나온 장수가 항우라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랜다.

이후, 항우와 유방의 대화가 다시 시작되었다.

여기서 유방은 항우의 10가지 죄목에 대한 나열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열 번쨰 죄목을 지적하며 말했다.

"너는 남의 신하된 자로서 그 군주(의제)를 살해하고, 이미 항복한 사람을 살해했으며 정치는 불공평했고 약속을 지키지않아 천하의 신의를 저버렸다. 그것이 너의 열번째 죄다. 너같은 도적을 토벌하는데는 형벌을 받는 죄수들이면 충분한데 내가 무슨 이유로 너와 힘들게 싸우겠느냐."

이를 듣고 크게 화가 난 항우는 숨겨둔 쇠뇌로 유방을 쏘았고, 화살은 유방의 가슴에 명중한다.

이에 유방은 그대로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자기의 발가락을 문지르며 항우에게 외쳤다.

"저 도적놈이 내 발가락을 맞췄구나!"

그러면서 무너질뻔한 군사들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었고 곧이어 상처가 악화되자 유방은 성고성으로 급히 치료차 돌아간다.

 



19. 평화협정

유방을 부상 입혀 나름 기회를 맞이한 항우였으나, 설상가상의 상황들이 항우의 발목을 잡았다.

항우의 분봉으로 나눠진 많은 북쪽의 국가들은 위, 대, 조, 연, 제 크게 5국가로 합쳐지고 한신은 이 5개국가 모두를 점령하는데 성공한다. 항우는 이제 서쪽의 유방과 더불어 북쪽의 한신까지 상대해야했다. 

한신의 제나라 공격을 막기 위해 제나라로 지원보낸 항우의 맹장 '용저'의 20만 대군이 한신에게 모조리 몰살당한것도 모자라 용저마저 죽으며 제나라가 완전히 한신에게 넘어 간 것이었다.(용저는 영포의 반란을 진압한 인물로 꽤나 유능했다.)

또한 팽월의 후방 게릴라 공격으로 보급 에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진격은 고사하고 군대의 유지마저 쉽지 않았다.

단 한번도 지지 않은 항우였으나, 어느새 상황은 급격히 불리해지고 있었다.

그러나 항우 공격의 최적의 시기를 맞이한 유방 역시 아버지를 비롯한 많은 가족들이 항우에게 인질로 잡혀있어 진격이 애매한 상황이었으니. 유방은 '후공'이란 자를 보내 유방의 가족을 돌려주는 제안과 함께 평화협정을 제시한다.

이에 항우가 허락하니 '홍구' 서쪽을 한나라의 영토로 하고, 동쪽을 초나라의 영토로 하는 협정을 맺으며 유방의 가족들을 풀어준다.

평화협정에 양군 모두가 전쟁이 끝났다는 기쁨에 만세를 외치며 즐거워했다.

  *평화협정을 맺게 한 후공은 엄청난 공에도 이후 벽지로 보내진다. 유방이 그의 너무 뛰어난 능력이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평화 조약을 맺은 항우는 이내 팽성으로 철군했으며, 유방 역시 자신의 본진이자 수도인 '함양(장안)'으로 돌아가려는 이때 장량이 말했다.

"한나라가 천하의 절반을 차지했고 제후들도 모두 우리편입니다. 그런데 초나라 군사는 지치고 군량도 떨어졌으니 이는 하늘이 초나라를 망하게 하려는 때입니다. 지금 만일 공격하지 않는다면 호랑이를 기르는 꼴이 될 것입니다."

이를 옳다고 여긴 유방이 장량의 말을 따랐다.

이에 항우에게 마지막 일격을가하기 위해 외부에서 별동대를 이끄는 '한신'과 '팽월'에게 사신을 보내어 날짜를 약속하여 함께 항우를 칠 것을 명한다.

유방은 다시 항우를 추격했고 약속의 장소인 '고릉'에 도착했으나 뜻하지 않은 상황이 일어났다.

바로 약속의 날, 한신과 팽월이 오지 않은 것이다.

약속을 어겼다는 것을 안 항우는 다시 유방에게 분노의 공격을 가했고 결국 또 대패한 유방은 화를 꾹꾹 눌러담으며 예전처럼 다시 수비태세로 들어간다.

유방이 장량에게 물었다.

"제후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어떡해야겠소?"

"대왕께서는 한신과 팽월이 초군을 격파하였음에도 아직 영지를 나눠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영지를 나눠주시면 해결될 것입니다."

"좋소"

이에 사신을 보내 한신과 팽월에게 엄청난 영토를 주는 포상을 내리며 초나라 공격을 명하니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받들었다.

아울러 항우의 대사마로서, 영포 이후 구강을 맡고있던 '주은'까지 회유하는 쾌거를 이루니 초나라 공격에 완벽한 판세를 짜는데 성공한다.

 



20. 해하전투

다음 결전의 장소는 '해하'.

유방과 더불어 모든 제후들이 해하로 향했고 이에 맞서는 항우 역시 해하로 향하니 모든 영웅들이 이 해하에 모이게되었다.

이 당시 한나라 군대의 수는 한신의 본대만 30만에 달하는 엄청난 대군이었으니,
한신은 자신의 본대를 전면에, 유방의 부대를 그 후위에 두었다. 거기다 혹시 모를 상황까지 대비해 유방의 후방에 또 부대를 배치하였다.

이때 항우의 부대는 단 10만이었으니, 항우가 이기기 위해서는 전면에 한신 본대를 격파하고 그 뒤에있는 유방과 또 그 뒤에있는 후방부대까지 연달아 격파해 야했기에 항우로서는 참으로 쉽지않은 싸움이었다.

그렇게 항우와 유방의 마지막 싸움이자 초한대전의 마지막을 알리는 해하대전이 시작되었다.

싸움은 초한대전의 최고의 지휘관 한신의 본대와 최고의 야전사령관 항우의 본대가 회전에 들어가며 해하대전의 시작을 알렸다. 

정치에서의 항우는 몰라도 야전에서의 항우는 차원이 달랐으니 이내 한신의 본대가 밀리기 시작했다.

끝내 전황이 불리하자 한신은 후퇴했고 초군은 승세를 타고 진격했다.

그러나 이때 한신의 좌, 우익의 부대가 초군을 공격하니 초군은 급격히 불리해졌고 후퇴하던 한신의 본대가 반격을 가하니 초나라가 크게 패했다.

싸움에 대패하여 군사는 적고 군량은 부족하며 한군에게 겹겹이 포위까지 당한 상황에서 항우는 일단 보루를 구축하며 수비태세에 들어간다.

그러나 간신히 명줄을 유지하던 초나라에 마지막 숨통마저 끊어버리는 공격이 들어온다.

바로 야밤에 한나라 군이 사방에서 초나라의 노래를 부르니 초군은 동요되었고 항우는 크게 놀라 말했다.

이는 '사면초가'라는 고사성어의 유래가 되었다.  

"한군이 벌써 초나라 땅을 모두 빼앗았단 말인가? 어찌하여 초나라 사람들이 저렇게 많은가!"

늦은 밤중이였으나 항우는 슬픈 감정을 이기지못해 침상에서 일어나 장막 안에서 조용히 술을 마셨다.

이때 항우에게는 미인으로 유명한 '우희'가 옆을 지키고 있었는데, 항우가 비통함에 가득찬 심정으로 시를지어 불렀다.


力拔 역발산기개세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운은 세상을 덮을만하나

 시불리혜추불서
떄와 운이 불리하니 추가 달리지 못하는구나  

 추불서혜가내하
추가 달리지 못하니 어찌해야한단 말인가

 우혜우혜내약하
우여, 우여 그대를 어떻게하면 좋단 말인가  

*추는 항우가 갖고있는 오추마란 말을 가리킨다

항우가 여러차례 노래부르니 우희도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리고, 우희는 항우 앞에서 자결을 하게 된다.

항우의 뺨에서 눈물이 흐르자 모두가 감히 쳐다보지 못한채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21. 막다른 골목길

그렇게 슬픔을 한없이 한탄한 후, 항우는 포위망을 풀기위해 곧바로 말을 타고 남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고 이를 알아챈 유방은 항우의 추격을 명했다.

이때 항우를 따르는 자는 모두 도망가고 남은 자는 단 8백명에 불과했으나, 한군의 추격에 죽거나 이탈하여 회수(淮水)에 도착했을 때는 단 1백명에 불과했다.

도망 도중, 길을 잃어 항우가 농부에게 길을 물었으나 마침 항우를 싫어했던 농부는 항우에게 거짓으로 다른 길을 알려주었으니,

 

이에 늪에 빠지게된 항우는 다시 한군의 추격을 받았고 한군의 추격을 벗어 났을때는 그 수가 또 줄어 28명 밖에 남지않았다.

마침내 한군의 추격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항우는 자신의 최후를 직감한듯 부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군사를 일으킨지 8년이 되었으며 70여차례의 전투를 벌였는데 나에게 맞선 적을 모조리 격파시키고 내가 공격한 적은 모두 굴복시킨 끝에 마침내 패권을 차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지금 곤경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는것이지 결코 내가 싸움을 못해서가 아니다. 오늘 내가 결사의 각오로 통쾌히싸워 반드시 세차례 싸워 모두 승리해 한군의 포위망을 무너뜨려 적장의 목을베고 적군의 깃발을 쓰러뜨려 그대들로 하여금 하늘이 나를 망하게하는 것이지, 내가 싸움을 못해서 진게 아님을 알게하겠다."

이때 한군은 항우 일행을 겹겹히 포위하고 있었는데 항우가 말했다.

"내가 그대들을 위해 저 장수의 목을 베리라."하며 기병들에게 먼저 말을 달려 내려가게 하고 산의 동쪽에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러고는 항우가 크게 소리지르며 한군을 향해달려가 가로막는 한군을 모조리 죽이고 마침내 장군 1명의 목을 베는데 성공하니 약속된 장소에서 일행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이윽고 한군은 군대를 3개 조로 나누어 다시 항우를 추격했고 이내 항우를 포위했다.

이에 항우가 다시 말을 달려 한군의 장군 한명을 참살하고 한군을 모조리 참살한 뒤 다시 흩어진 부하들을 불러모았다. 이때 죽은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항우가 말했다.

"내 말이 어떠한가."

"대왕의 말씀과 같습나다"


이때 항우는 배를타고 오강(烏江)을 건너려했으니 강에 배를 대고 기다리던 관리가 항우에게 말했다.

"강동의 땅은 비록 협소하나 사방 천리에, 백성들이 수십 만에 이르니 그 곳 또한 왕이되기 족합니다. 대왕께서는 얼른 배에 타십시오."

  *강동은 항우가 봉기한 지역으로 항우의 인망이 좋았다.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하려는데 강을 건너 무엇하겠나. 또한 내가 강동의 자제들과 함께 강을 건너 서쪽으로 갔는데 한 사람도 살아남지 못한 지금, 강동 사람들이 나를 불쌍히여겨 왕으로 삼아준들 내가 무슨 면목으로 들을 볼 수 있겠는가?"

그러면서 관리에게 자신이 타던 애마 '오추마'를 선물로 주어 보낸다. 

 


22. 항우의 최후

그리고는 자신을 따르던 기병들을 모두 말에서 내려 걷도록하고 추격하는 한군과 마지막 싸움을 벌인다.

마지막 힘을 다해 싸우는 항우 일행의 힘은 가히 놀라웠으니 수많은 한군이 죽었으며 항우도 10군대나 상처를 입었다.

이때 한군의 무리 중에서 예전 항우의 부하로 일했던 '여마동'이란 자가 있었는데 이를 본 항우가 말했다.

"너는 예전에 내 부하가 아니였는가?"

이에 여마동은 항우의 얼굴을 보더니 항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상관에게 항우가 누군지 알릴 뿐이었다.

이윽고 항우가 말했다.

"유방이 내 머리에 천금과 만호의 봉지를 걸었다 들었다. 내 그대들을 위해 은헤를 베풀겠노라" 하며 스스로 목을 찔러 죽이니, 길고도 짧았던 초한대전의 종료를 알림과 동시에 동네깡패가 400년 한(漢) 제국의 건국황제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 모든 이야기들이 항우가 민간에서 봉기한지 8년 만에 일어났으며, 그가 왕위에 오른 기간은 5년에 불과했다. 이때 그의 나이 31살이었다.

항우는 세력이 전혀없었으면서도 진나라 말기의 대세를 틈타 민간에서 흥기해 3년만에 제후들을 거느리고 진나라를 멸망시켰으며 천하를 찢고 갈라서 왕, 제후를 봉하였고 그 모든 명령이 항우에게서 나왔기에 자신을 패왕이라 칭했으며 그 왕위가 비록 끝까지가지는 않았으나 예전부터 일찍이 이런일은 없었다.

항우는 스스로의 공로를 자랑하고 자신의 사사로운 지혜만을 앞세워 옛 것을 본받지 않고 무력으로 천하를 정복하고 다스리려하다가 5년만에 나라를 망치고 몸은 죽게되었으면서도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았으니 이는 잘못된 것이었다.

그리고는 끝내 "하늘이 나를 망하게하는 것이지 내가 군사를 잘 부리지 못한 죄가 아니다"라는 말로 핑계삼았으니, 어찌 잘못된 일이 아닌가?

-  사기의 저자 '사마천'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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