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이슬람교의 시작
아라비아 반도.
지중해의 동쪽 끝에 위치해 있는 사막으로 이루어진 반도로, 면적은 약 300만km² 이다.
아랍은 서쪽으로는 로마, 동쪽으로는 페르시아의 위광에 가려져 세계사에서 주목을 받는 지역은 아니었다.
통일된 적도, 제국이 출현한 적도 없는 역사의 변방지였다.
무함마드가 태어난 서기 570년경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로마 제국과 사산조 페르시아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아라비아는 뚜렷한 국가랄 게 없이 부족제를 바탕으로 사회가 형성돼 있었다.
무함마드는 아라비아 반도의 도시 중 하나인 메카에서 가장 세력이 강한 쿠라이시 부족의 일원으로 태어났는데, 방계 집안 출신이라서 이렇다 할 혜택을 누리지는 못했다.
게다가 아버지는 무함마드가 뱃속에 있을 때 어머니를 무일푼으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 역시 무하마드가 여섯 살 때 유명을 달리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무함마드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건 아니었고, 부족이 그를 거두어줘서 친아들처럼 키웠다고 한다.
그렇게 그냥저냥 살던 무함마드는 세월이 흘러 25살이 되었을 때, 부유한 미망인 사업가 카디자의 눈에 들어서 그녀의 상단을 관리하고 사업을 지휘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렇게 같이 일 좀 하다가 둘은 결혼까지 일사천리로 나아간다.
이렇듯 무함마드는 비록 고아로 태어났지만 나름 사랑하는 아내도 갖게 됐고, 사업에서도 성공하는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그가 마흔 살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마흔 살이 된 무함마드는 흔히 '중년의 위기'라고 불리는 현상을 겪기 시작했다. 즉, 인생의 의미를 고민하기 시작한 거다.
주위를 둘러보면 차고 넘칠 만큼 부유한 사회가 있었지만, 그 부유함 속에서도 자선에 의지해 근근히 살아가는 과부들과 먹을 것을 얻으려고 다투는 고아들이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것일까?
삶에 대한 고민에 잠긴 무함마드는 정기적으로 명상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산에 있는 동굴에 들락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무함마드는 동굴 안에서 중요한 체험을 하게 된다.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에서 명상하고 있던 무함마드는 돌연 압도적이며 무시무시한 기척을 느꼈고 그 위압에 억눌려 숨조차 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무함마드를 향해 목소리가 내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무함마드에게 명령했다.
"읽어라!"
무함마드는 당황했다.
느닷없는 목소리에 놀라기도 했고, 또 무엇을 읽으라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고, 애초에 무함마드는 문맹이었다. 그래서 숨을 고르던 무함마드는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읽을 수 없습니다."
그러자 다시 명이 내려졌다. "읽어라!"
이번에도 무함마드는 자신은 글을 읽지 못 하며 무엇을 읽어야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거센 기운이 다시 한 번 번쩍였다.
"읽어라!"
그 순간 무함마드는 무시무시할 정도로 장엄한 단어들이 가슴에 모여드는 것을 느끼고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만물의 창조자 하나님의 명령으로 읽어라.
한 방울의 피에서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의 이름으로 읽어라!
너의 하나님은 가장 자비로우시니, 그분은 글로 인간을 가르치셨다.
인간이 모르던 것을 가르치셨다.
공포에 질린 채 산에서 내려 온 무함마드는 아내 카디자에게 상담을 청했다.
카디자는 무함마드를 찾아온 존재는 천사이며, 무함마드는 신의 부름을 받은 것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이때 카디자는 "당신을 믿습니다"라고 말해 무함마드의 첫 번째 신자, 최초의 무슬림이 되었다.
그렇게 카디자에게 용기를 얻은 무함마드는 종교활동을 시작했다.
무함마드는 처음에는 친한 친구나 가까운 친척에게만 선교했다. 한동안은 계시를 더 받지 못 해서 우울해지고 실패자라는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계시는 다시 시작되었고, 무함마드는 점차 신의 계시를 대중 앞에 들고 나갔으며 메카 전역의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오직 한 분의 신이 계시다. 그분의 뜻에 따르라. 그러지 않으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신의 뜻에 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술에 취하거나, 잔인하게 굴거나 폭압하지 마라. 약한 자와 온순한 자의 곤경에 관심을 기울이며, 가난한 자를 돕고, 정의를 위해 희생하고 대의를 위해 봉사하라."
점차 무함마드를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무함마드의 이러한 선교 행위는 메카의 기득권층에게는 큰 위협이 되었다.
메카는 상당한 다신교 사회였는데, 무함마드가 주장하는 유일신 개념이 대세가 된다면 자신들의 권위가 무너질 것이라고 두려워한 거다.
게다가 메카는 주점, 도박, 성매매 등 유흥 사업으로 한몫을 잡고 있었는데 무함마드는 그러한 사업을 어마어마하게 비난하고 있었으니, 돈 때문에라도 무함마드를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결국 메카 기득권층에 의한 어마어마한 탄압이 시작됐고, 불우하게도 무함마드의 가장 큰 후원자였던 카디자가 세상을 떠나는 일까지 겹치며, 이러한 상황에서 무함마드는 더 이상 메카에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결국 서기 622년, 무함마드는 신자들을 이끌고 메카에서 야스리브로 피난가게 되었고, 이슬람에서는 이를 '헤지라(هِجْة)'라고 부르면서, 이 날을 서력에 대비되는 이슬람력의 시작 기점으로 잡았다.
기독교의 서력은 예수의 탄생을 기점으로 잡는 반면 이슬람력은 이 '헤지라'를 기점으로 잡는다는 게 재미있는 부분이다.
'헤지라'는 아랍어로 '단절'을 의미했다.
이슬람 공동체에 합류한 사람들은 자기 부족을 포기하고, 이 새로운 공동체를 부족을 초월한 연맹으로 받아들였다. 다시 말해 무함마드와 이슬람 공동체는 어두운 과거와 '단절'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고자 메카를 떠난 거다.
야스리브, 훗날 예언자의 도시라는 뜻인 '메디나'라고 불리게 되는 지역에 정착하게 된 무함마드와 이슬람 공동체는 무함마드가 받은 신의 계시를 바탕으로 현지 부족들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지역 내에서 상당한 권위를 얻게 됐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무함마드를 따라 이슬람교로 개종하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함마드는 사실상 메디나의 지도자가 됐고, 이슬람의 세력은 점점 거대해졌다.
이렇게 되자 무함마드를 쫓아냈던 메카의 기득권층들은 다시 조급해지게 되었다. 메카인들은 강력해진 무함마드가 복수할 생각을 품기 전에 싹을 자르기 위해 수차례 무함마드 암살을 시도했다.
물론 성공하지는 못 했고, 이에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던 무함마드는 메디나에서 한창 꽃피고 있던 이슬람 공동체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메카를 상대로 성전을 선포한다.
소위 지하드(جهد)의 시작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메카와 메디나의 전쟁은 일전일퇴를 거듭했다. 수적으로 훨씬 우세했던 메카군은 전쟁 초기에는 무함마드를 상대로 어느 정도 주도권을 잡기도 했었으나, 627년, 메디나를 향해 온 메카의 원정부대 1만 명과 무함마드의 부대 3천 명 간에 결정적인 전투가 벌어졌고 이때 우연한 모래바람 덕분에 무함마드군이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게 된다.
이때의 타격으로 여력을 상실한 메카군은 더 이상 공세를 벌이지 못하게 된다.
비록 전쟁의 균형추가 완벽히 무함마드에게로 기울기는 했으나, 아직 메카가 항복하지는 않은 채로 전쟁이 계속되던 어느날 밤, 무함마드는 메카의 모든 이가 알라를 숭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꿈을 꾸게 된다.
잠에서 깬 무함마드는 그대로 추종자들에게 메카로 순례를 떠날 것을 지시한다.
무함마드는 천 여명의 무슬림을 이끌고 메카로 320킬로미터의 길을 떠났다. 무슬림들은 아무런 무장도 하지 않았고 전투도 전혀 벌어지지 않았었으나, 메카인들은 이미 게임이 끝났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성문을 열고 무함마드에게 사실상 항복의 의사를 밝히게 되었다.
그리고 630년, 무함마드는 마침내 1만의 군사를 이끌고 메카를 무혈 정복했다. 메카에 입성한 무함마드는 가장 먼저 메카의 가장 거대한 다신교 신전이었던 카바 신전에 방문하여 모든 우상을 파괴하고 이를 모스크로 탈바꿈한 후 카바 신전을 이슬람의 성소로 선포하며 이렇게 말했다.
"진리가 이제 왔으니 거짓은 무너졌도다!"
메카를 정복한 후 무함마드는 머지 않아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무함마드의 후예들은 역사의 변방에 불과했던 아라비아 반도를 최초로 통일한 후 이를 바탕으로 페르시아와 비잔티움 제국을 차례로 격파하는 위업을 달성하며 중세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고, 오늘날 이슬람교는 18억명의 신자를 둔 세계 최대의 종교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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