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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blog.naver.com/mnd9090/221425928322(국방부 블로그 '동고동락', 기고문 'august의 군사세계'

자부심인 함명

함명은 인물, 지역, 역사적 사건 등을 기려 결정되는데 그중 특별한 함명은 별도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리 해군의 ‘충무’ 혹은 ‘이순신’이 그런 경우다. 이런 영예로운 함명은 길이 보존하기 위해 이전 함이 퇴역하면 새로운 함이 승계하고는 한다. 현대 해군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는 몇 대째 함명이 이어지는 사례도 흔하다.

취역 직후의 CV-6. 7대 엔터프라이즈로 항공모함으로는 첫 번째다.

‘엔터프라이즈 (Enterprise)’는 미국 해군에게 가히 불침(不沈)의 상징이라 할 만한 이름이다. 독립 전쟁 당시인 1775년 5월 18일에 영국군으로부터 노획한 70톤짜리 소형 범선에게 처음 이름이 붙여진 이후 지난 2012년까지 무려 8대에 걸쳐 계승되었다. 그리고 2027년 취역 예정인 항공모함 CVN-80의 이름으로 예정되어 있을 정도다.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엔터프라이즈 중에서 전설을 쓴 것은 1938년 취역한 항공모함 CV-6이다. 7번째 엔터프라이즈였는데, 같은 급인 CV-5 요크타운과 CV-8 호네트와 더불어 전용함으로 설계하고 제작한 미국 최초의 항공모함이다. 이전까지는 기존함의 선체를 개량하는 방식으로 항공모함을 제작했다.

산타크루즈 해전 당시 엄청나게 공격을 받는 엔터프라이즈. 숱한 어려움을 겪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살아남았다.

CV-6는 유명한 미드웨이 해전에서 승리의 주역이었고 산타크루즈 해전에서는 격침이 우려될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고도 용맹하게 싸웠다. 미국이 제2차 대전 참전 당시에 보유한 중형 항공모함이 5척이었는데, 전쟁이 끝났을 때 엔터프라이즈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래서 불사신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미 해군의 영광이 되었다.

전설의 후계자

당연히 CV-6이 퇴역한 후 이름이 승계되었는데, 후임자 또한 해군사에 커다란 획을 남겼다. 바로 최초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CVN-65 엔터프라이즈다. 사실 전쟁에 남긴 발자국은 CV-6가 훨씬 강렬했지만 짧고 굵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활약한 시간이 짧다 보니 유명세는 오히려 8번째 엔터프라이즈인 CVN-65가 더 많았다.

최초의 핵 추진 항공모함을 상징하기 위해 수병들이 E=mc²을 마킹한 모습.

핵 추진이라는 새로운 시대를 선도했지만 무지막지한 건조 비용에 놀란 미 해군이 이후 제작한 2척의 항공모함을 재래식 동력함으로 만들었을 만큼 처음에 8번째 엔터프라이즈는 애물단지로 여겼다. 하지만 운용 결과 효용성이 월등히 뛰어남이 입증되면서 현재 미국이 운용 중인 모든 항공모함은 핵추진 방식이다.

1961년 취역해 2012년까지 51년 동안 바다를 누볐는데, 나중에 취역한 재래식 동력함인 CV-66 아메리카, CV-67 존 F 케네디보다 오래 활약했을 정도다. 비록 제2차 대전 같은 거대한 전면전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50년이 넘게 활약한 만큼 쿠바 미사일 위기, 베트남전쟁, 이라크전쟁처럼 실전 투입 경험도 상당하다.

1972년 남지나해 부근에서 해상 보급을 받는 모습

특히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 기존 항공모함보다 더 많은 함재기를 탑재하고도 일주일간 무 보급으로 작전을 펼쳐 핵 추진 항공모함의 위력을 톡톡히 입증했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에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었을 때에도 수시로 등장하여 그 위용을 뽐내고는 했다. 때문에 우리와도 상당히 인연이 많았던 항공모함이었다.

계속될 Big-E의 명성

그런데 마치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엔터프라이즈의 전통을 지키는 것처럼 CVN-65는 커다란 사고를 겪디조 했다. 1969년 1월 14일 훈련 중 갑판에서 작업 중이던 차량의 배기가스의 열기에 노출되어 있던 로켓이 오작동으로 발사되며 다른 함재기를 피폭했다. 이로 인해 엄청난 화재가 발생했고 이를 진압하는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발생 당시의 모습. 많은 인적, 물적 피해가 발생했지만 진압에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사고 장소가 전임자인 CV-6가 태평양전쟁 당시에 커다란 피해를 당했던 근처였다. 불의의 사고로 말미암아 다수의 인명피해와 엄청난 물적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다음날 진주만에 귀환하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사연 때문에 엔터프라이즈는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더욱 더 불침의 상징이 되었다.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많은 항공모함을 만들었고 현재도 운용 중인 나라다. 제2차 대전이 한창 일 때는 50척의 호위항공모함을 제외하고도 무려 24척을 찍어내듯 만들어 전선에 투입했고 현재도 10척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엔터프라이즈처럼 많이 알려진 항공모함도 많지 않다. 그만큼 해군사에 남긴 흔적이 크다.

2027년 취역 예정인 9대 엔터프라이즈인 CVN-80의 조감도. 항공모함으로는 세 번째다.

그래서인지 다음에 이름을 승계할 제9대 엔터프라이즈도 항공모함인 CVN-80이 자연스럽게 물려받았다. 오히려 함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많은 미국 국민들은 승계가 너무 늦게 이루어진 것이라며 2015년부터 건조에 들어간 CVN-79에 붙이는 것이 옳았다고 비판을 가할 정도다. 앞으로 엔터프라이즈의 명성이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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