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사]제 1차 세계대전 속의 작은 기적, 크리스마스 휴전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바로 몇 시간 전에, 제가 그렇게 죽이려고 애썼던 그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정말 굉장하죠?
크리스마스 휴전을 직접 겪어 본 한 병사의 편지에서.
몇 시간 전만 해도, 서로를 죽이려고 했던 사람들이, 수백 명이 넘는 그러한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웃고, 악수를 나누기 시작했어!
크리스마스 휴전을 직접 겪은 영국군 병사, 톰의 편지에서.
이 일화는 전쟁사에서 가장 감동적인 역사로 뽑히는 일화 중 하나이다.
제 1차 세계대전이 터진 해인 1914년 12월.
겨울 벨기에 이프로 지역에서는영국 대륙 원정군(BEF)과 독일 제1군이 대치중이었던 상황이었으며, 길고 지루한 참호전이 지속되는 와중에 곧이어 12월 24일 밤 크리스마스 이브가 찾아왔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양측 장교와 병사들은 그 동안 쌓인 전쟁의 피로를 덜어내기 위해 술과 음식을 준비해 파티를 열었고 음악을 부르면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눴으며, 조촐한 파티가 계속되던 와중,
독일군 참호 쪽에서 한 독일 병사가 크리스마스 캐럴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기 시작했다.
비록 가사는 독일어로 불렀지만 멜로디는 똑같았다.
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약 100m 정도 떨어진 영국 참호에도 울려펴졌고, 곧이어 노래를 듣고 감동받은 영국군은 마지막 1소절이 끝나고 독일군 참호 쪽으로 박수를 보내며 앙코르! 앙코르!라며 더 힘차게 부르라고 외쳤다.
이에 감정이 북받친 독일군 병사는 다시 노래를 부르며, 총알이 날아드는 위험천만한 참호 바깥쪽으로 나가 "we not shoot, you shoot!"(우리는 발포하지 않겠다. 너희들도 발포하지 마라!) 외친 후 참호 주변 곳곳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기 시작했다.
(이때, 현장에 있었던 한 영국군 소총수는 ‘우리는 감동받았습니다. 마치 전쟁이 갑자기 끝난 것 같았죠.’라고 희고 하기도 했다.)
영국군의 환호 속에서 독일 병사는 부르던 캐럴송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끝나자, 이 상황을 지켜보던 한 독일 장교는 맞받아치듯이 스코틀랜드의 민요 ‘애니 로리(Annie Laurie)’를 영어로 또박또박 불렀고, 곧 노래가 끝나자 다시 한번 영국군의 환호가 쏟아졌다.
마치 전쟁이 끝난 것 같은 놀라운 일들이 벌어졌고 이에 독일 한 장교는 참호 밖으로 향해, ‘저는 독일군 장교입니다. 발포하지 마시고 참호 밖으로 걸어 나올 테니, 그 쪽 영국군에서도 장교 한 분만 나와주십시오.’이라고 외쳤다.
영국군 쪽에서도 이에 응답해 영국군 하사가 걸어 나왔고, 둘은 서로 대화를 시작하였고 곧이어 양측 병사들이 참호 바깥쪽으로 걸어 나와 서로를 마주했다.
전쟁통 속에서 양측의 불신이 온데간데없어지고, 이들은 길고 긴 대화 끝에 크리스마스이브 동안만이라도 서로 휴전하자는 기적 같은 협상이 성사되기 이른다.
이 휴전은 이프레에 있는 병사 약 1천여명이 동참한 것을 시작으로, 곧 이 소식이 인근 전선으로 급속히 퍼져나갔고 결국 이프레 마을에서 벨기에 북쪽 뉴포오트 항구 부근까지 약 40km에 달하는 전선에 있는 약 10만 명의 군인들까지 이 휴전에 동참하였다.
이 휴전은 군 지휘부 몰래 장교와 병사들끼리 체결했으며, 전쟁의 아픔을 잠시나마 잊기 위한 휴전이었다.
크리스마스 이브 동안 이들은 그동안 참담한 전쟁 때문에 하지 못 했던 일들을 하였는데, 가족사진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잡다한 이야기(자신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 쥐와 머리 이를 퇴치하는 법등의 이야기가 대부분)를 나누거나 서로 여가활동을(카드놀이, 토끼 사냥 등등) 즐기고, 돼지고기와 각종 재료들을 섞어 요리해 같이 먹기도 하였다.
또한 양측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물품들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였는데, 그 예로,
독일군들은 드레스덴제 건포도를 곁들인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소세지를 영국 잼, 위스키와 교환하고, 전쟁이 나기 전 이발사였던 한 영국 병사는 담배 몇 개비를 받고 그 대가로 독일군의 머리를 깎아주기도 하였고, 독일의 한 병사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영국군에게 주었다고 한다.
영국측 스코틀랜드 연대 중위인 에드워드 헐스는 자신의 일기장에 ‘우리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독일군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독일 정찰대와 만나 위스키와 담배를 교환하였다. 어떤 적대적인 행위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라고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휴전 기간 동안 양측에서의 전사자의 시체를 수습한 뒤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식이 끝나고 치러진 남은 그 자리에서는 크리스마스 휴전 속에서 가장 유명한 일화인 축구 경기를 주최했으며, 영국군과 독일군의 축구 경기의 승패 결과는 3 : 2로 독일 병사들이 1점 앞서 승리하였다.
당시 경기에 참가했던 랭카셔 출신 영국 병사는 독일군의 세 번째 골은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골이 아니라고 일기장에 써 주장하기도 하였다.
시간은 흘러가고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가 끝나고 다음날이 다가오자 양측 군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에 따라 각자가 맡은 전선에 다시 배치되고 만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의 휴전은 벨기에 이프로 지역 말고도 서부 전선 곳곳이 휴전에 들어갔는데, 각 지역에 있는 부대별로 휴전 기간은 2~3일, 일주일, 길게는 1915년 신년까지 이어진 바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휴전이 끝난 후에도 여러 곳에서 당일치기 친선 축구 경기가 열렸고, 크리스마스이브 때 휴전을 갖지 못한 많은 지역에서는 크리스마스 대신 새해 기념 휴전을 하기도 했다. 이 새해 기념 휴전에서는 독일군과 프랑스군 사이에서 축구 경기가 열리기도 하였다.
크리스마스의 휴전은 이렇게 막이 내리고, 그리고 얼마 뒤...
위에서도 설명했듯이 이 휴전은 장교와 병사들 사이에서 군 지휘부 몰래 체결한 기적의 휴전이었다.
세간에 이 사건이 널리 퍼지자 이를 본 여러 측위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로마 교황청처럼 크리스마스이브 동안은 전투를 멈추자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그와 반대로 크리스마스 휴전을 동참한 군인들의 양측 지휘부들은 이 일에 대해 매우 분노하였으며 다신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서 크리스마스 휴전의 당사자들을 군사재판에 넘겼고,( 1915년 이후로 재판은 실시되지 않았다. ) 각 부대에 헌병대를 배치시키고 적과 친분을 쌓는 것을 막기 위해 참호에 병사들을 주기적으로 따로따로 배치시키기도 하였다.
이들의 휴전을 반대하고 캐럴송마저 금한 양측 지휘부들과 달리 크리스마스 휴전을 겪은 병사들은 살육을 멈추기 위해서 1915년 2월까지 허공에 총을 쏴거나 다양한 방면의 전투를 벌이는 연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영국군 참호에 시찰단이 나타나면 초병 임무를 수행 중인 척하는 독일 병사 두 명을 대기시켜 그 두 명에게 공포탄을 쏘거나 총알을 빗나가게 쏴서 시찰단이 이걸 본 후 독일 병사 두 명을 철수시키는 연기까지 하였다.
또 한 어느 날은 독일 병사가 ‘ 나는 작센주 출신이고, 당신은 앵글로 색슨인데 우리가 왜 서로 총을 쏴야 한단 말인가.’라고 영국 병사에게 호소하기도 하였고, 그리하여 이들의 노력으로 크리스마스이브의 날의 친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1915년 이후에는 양측 지휘관들의 철저한 감시로 크리스마스의 휴전은 다신 이루어질 수 없었다.
그로부터 4년 뒤...
1918년 11월 11일.
독일의 항복으로 제1차 세계대전은 연합군의 승리로 막을 내린다.
전쟁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어 살아남은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1914년 크리스마스의 휴전과 그날의 수많은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기념비와 동상, 영화 등을 만들어 심심한 애도를 표했다.
제1차 세계대전 속 사망자만 900만 명 이상 부상자는 2,200만 명으로 이 참담하고 암흑 같은 전쟁 속에서 누군가가 기적적으로 이뤄낸 크리스마스의 휴전은 많은 이들에게는 한줄기의 빛과 같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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