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바둑은 장기보다 격이 높은 취미로 인정받았을까
일찍이 공자는 무위도식할 바에야 바둑이라도 두라고 한 적이 있다.
소인배는 할 일이 없으면 못된 짓이나 한다는 게 그 이유로 그저 먹고 빈둥거릴 바에야 잡기라도 익히는 게 낫다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잡기라도 바둑과 장기는 격이 다르다.
동양에서는 금기서화라고 하여 거문고, 바둑, 서예, 회화를 상류층의 풍류로 존중했고 그런만큼 동양화의 소재로도 애용되었다. 속세에서 벗어난 신선이나 높으신 분들이 무릉도원에서 풍류를 즐기는 것을 아예 금기서화도라고 하기도 한다.
거문고가 상류층의 악기로 인정받았던 것처럼 지위가 높은 상류층이나 지식인일수록 바둑을 즐겼던 것이다.
바둑이 고상하고 고급스럽다는 인식은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삼국지연의에서 팔에 독화살이 박힌 관우를 치료하고자 화타가 칼로 관우의 환부를 갈라서 뼈에 스며든 독을 긁어내는 장면이 나온다.
주변사람들은 기겁을 하는데도 관우는 바둑을 두면서 꿋꿋하게 통증을 이겨낸다.
평소 관운장은 바둑을 예찬하면서 "바둑은 나같은 장수에게는 필수다. 나에게 바둑은 단순한 잡기가 아니라 전술의 묘를 터득하게 해주는 가상의 전쟁터이자 훈련장이다." 라고 했다고 한다.
조조 또한 바둑에 조예가 깊어서 당대의 고수들을 초청해서 대국할 정도였는데 조조야 여러 방면으로 다재다능한 인물이다보니 바둑 또한 잘 뒀을 것 같다.
전국시대를 평정하고 에도 막부를 수립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또한 사무라이들에게 바둑을 장려했다.
아예 바둑을 가르치는 관청을 설립하고 당대 최고의 바둑기사를 최고 책임자로 임명하였는데 이는 전쟁이 끝나서 할 일이 없어진 사무라이들의 관심을 바둑으로 돌리기 위함이였다.
그런만큼 일본은 근대 바둑의 선구자 역할을 맡았고 현대 바둑의 룰을 정립하였다.
국가 차원에서 전달하는 선물로 바둑판과 바둑알을 준비하기도 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백제의 개로왕은 바둑에 하도 몰두한 나머지 정사를 돌보지 않아서 기어이 나라를 망하게 했다고 한다.
이와 달리 장기는 서민들의 놀이였다.
아무래도 바둑보다는 단순해서 그런 것 같다.
장기는 고대 인도의 차투랑카에서 유래한 보드 게임이다.
각 지역으로 전파되어서 현지화가 되었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상이한 장기를 즐기고 있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건 우리가 하는 한국 장기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바둑은 상류층의 취미고 장기는 서민들의 놀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과거 유력 정치인들도 바둑을 뒀으면 뒀지 장기두는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다.
그리고 장기보다도 격이 낮은 게 오목이였다.
그래서 초면인 사람에게 처음에는 "바둑은 얼마나 두십니까?" 라고 정중하게 묻지만 둘 줄 모르면 하대를 하기 시작한다.
"그럼 장기는 좀 두시오?" 그마저도 둘 줄 모르면 "에잇, 그럼 오목이나 둬!"라고 하는 게 관습이였다.
그런데 요즘은 바둑의 룰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옛사람들이 보기에는 태반이 교양없는 자들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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