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제국, 그리고 골드 오디세이(Gold Odyssey)
황금은 인류역사를 관통하며 탐욕과 열정을 불어넣었다
황금은 황제와 제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현자의 돌이었고 경제와 문명을 꽃피운 마법의 돌이었다
그리고 황금은 인간을 광기로 몰아넣는 악마의 돌이었다
불멸과 죽음
영광과 타락
번영과 전쟁
이 모든 모순은 황금에 녹아들었고 이를 좇아 인간은 모험에 뛰어 들었다
수천년 전 시작된 인류와 황금의 만남, 이것이 바로 '골드 오디세이(Gold Odyssey)'의 시작이었다
황금을 뜻하는 원소기호 'Au'는 빛나는 새벽을 뜻하는 오로라(Aurora)로부터 유래한다
섭씨 1000°C 가 넘으면 녹고 3000°C 에 달하면 끓는 평범한 금속
그러나 변치않는 그 광채는 금을 보다 특별한 존재로 만든다
빛나는 새벽을 여는 오로라처럼 황금은 찬란한 문명을 연 시대의 빛이었다
황금은 변하지 않는다
녹이 슬지도 불에 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처럼 수천년이 지나도 변치않는 특성은 금이라는 금속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
사람들은 영원을 약속하는 황금 앞에서 소유욕을 불태웠고 당대 최고의 장인들은 불멸의 황금으로 역사를 새겼다
하지만 달리보면 황금은 변하기도 한다
무르고 연한 황금은 어떤 모양으로도 다듬을 수 있고 언제든 녹여서 다른 물건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금은 길고 긴 세월을 거듭하며 매번 다른 모습으로 인류 곁에 머물렀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황금의 유연성,
실제로 약 130ml 정도의 작은 우유 한팩을 채우는 황금의 양이면 만리장성보다 더 긴 길이의 금사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부드러운 금은 두드려서 얇게 펼 수도 있다
3.5L의 황금만 있다면 콜로세움(Colosseum) 원형경기장 바닥의 전부를 빛나는 금으로 덮을 수 있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황금이 끼어들지 않는 곳은 없다
인간의 삶을 아름답게 꾸미고 사상과 과학, 문명의 발전을 이끈 것이 바로 황금이며
나아가 우주여행과 무병장수의 꿈에도 금은 깃들어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황금이 지닌 힘의 비결이다
국적 종교 성별을 초월해 수많은 이들이 황금에 열광했다
하지만 금은 단 한번도 인류의 그와 같은 열망을 채워주지 않았다
2010년 세계 철광석 생산량은 14억 톤
이에 비해 금의 생산량은 2,600톤에 불과했다
자 그렇다면 지금껏 인류가 채굴한 금의 총량은 대략 얼마 정도일까?
인류가 캐낸 금을 모두 모으면 국제 규격의 올림픽 수영장 3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 된다
사실상 인간이 황금 채굴에 바쳐 온 열정에 비하면 그야말로 한줌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브레튼우즈 체제(Bretton Woods system 1944-1971) 금의 가치를 달러와 연결, 금을 달러로 교환해 준 금환본위제
50년 전까지만해도 세상은 철저하게 황금을 기준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돈의 가치를 금에 고정하는 금 본위제 사회 하에서 국력과 경제력은 그나라 황금 보유량과 일치했다
황금이 곧 돈이고 무기이고 힘이던 시대였던 것이다
" 황금을 가진 자, 권력을 얻을 지니. ", 이 법칙은 신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이아손(Jason)
삼촌에게 왕위를 빼앗긴 그는 황금 양모를 찾아 원정에 올랐다
갖은 시련 헤치면서도 세상의 끝으로 황금 양모를 찾아 떠났던 이아손의 원정대에게 실로 금이란 잃어버린 왕권을 보장해줄 전지전능한 힘이었다
황금의 중요성은 경전에도 등장한다
카톨릭 성경에서만도 금이 언급되는 부분은 400군데가 넘는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언약궤(The Ark of the Covenant)
십계(The Ten Commandment)를 새긴 석판을 넣은 언약궤는 거룩한 상징이었고 그 신성함을 상징할 방법은 당시 황금뿐이었다
이처럼 금을 향한 인간의 구애는 그 역사가 길고도 깊다
고대인들은 세상을 밝게 비추는 태양을 열정적으로 숭배했다
그래서 그들에게 태양과 같은 빛을 내뿜어내는 황금은 신비로운 존재였다
금은 태양의 화신
사람들은 황금을 소유하면 태양을 갖는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농업 사회에 들어서자 만물의 성장에 필수적이었던 태양은 더욱 위력적인 존재가 되었다
이제 태양신 숭배 사상은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서 고대 문명 전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고대 이집트(Egypt)에서 태양신은 최고의 신으로 숭배되었고 황금이란 존재는 만질 수 있는 태양을 의미했다
더불어 중국의 추장들은 부락 장막에 태양을 그려놓고 자신을 태양과 관련된 이름으로 불리게 했다
태양신을 위해 피라미드를 쌓은 마야(Maya)와 아즈텍(Aztec), 그들은 태양의 흐름에 맞춰 달력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태양신은 잘 생긴 청년 아폴론(Apollon)
사람들은 이 태양신이 황금마차를 몰고 다니면서 광명과 온기를 전해준다 믿었다
태양 숭배에서 비롯된 황금예찬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닿을 수 없는 태양보다 만질 수 있는 황금이 더 빛을 발했다
이때부터 황금은 지구 곳곳에 금빛 서사시를 남겼다
인류문명의 탄생을 예고한 땅
황금의 역사는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에서 첫장을 열었다
그리고 그 역사는 특히 수메르(Sumer : 세계 최초의 문명을 창조한 민족)에서 시작되었다
사막 한 가운데 솟은 지구라트(Ziggurat)는 하늘의 신을 맞이하던 신전이다
수메르는 도시마다 이 지구라트가 들어섰고 그렇게 문화는 발전했으며 내세보다 현세를 중시했던 그들은 호화로운 삶을 살았다
최초의 문자, 최초의 법전을 남긴 메소포타미아 문명
학교 수레바퀴 사랑노래까지 그들이 후세에 남긴 모든 것은 인류 최초의 것들이었고 가장 오래된 황금 장식품 역시 이들의 유적에서 발견되었다
수메르 인들은 영혼을 기리고 신을 숭배하기 위해 금으로 예술품을 빚었던 것이다
다만 기원전 2004년 수메르는 멸망한다
그리고 이들이 남긴 황금은 살아남아 바빌로니아(Babylonia)의 빛이 된다
함무라비 법전(Code of Hammurabi)을 남긴 바빌로니아는 당대엔 황금의 나라로 통했다
더불어 수도 바빌론(Babylon)은 메소포타미역 지역 정치와 상업의 중심지였으며 세상이 동경하는 황금의 도시였다
특히 고대인들의 꿈이었던 바빌론 성은 성곽에서 도로와 건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금으로 뒤덮여 있다고 기록된 바 있는데
이러한 전설 속 도시 바빌론은 19세기 말,
도시의 내성문이었던 이슈타르 문(Ishtar Gate)이 발견되면서 그 실체가 증명되었다
이제 메소포타미아를 물들인 황금은 또 하나의 위대한 문명과 만난다
오래 전 이집트와 밀접한 누비아(Nubia) 일대에는 엄청난 양의 황금이 매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황금 때문에 누비아는 금을 차지하기 위한 인류 최초 정복사업의 희생양이 되었다
이집트는 누비아를 공격했고 노예로 전락한 누비아 인들은 이집트를 위해 그들의 황금을 캐냈다
그리고 막대한 황금을 바탕으로 일게이들이 잘 알고 있는 이집트 문명은 그 꽃을 피웠다
1922년 이집트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투탕카멘(Tutankhamun)의 왕릉이 발견되면서 마침내 세상은 이집트의 눈부신 문명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실 19살에 죽은 투탕카멘은 역사에선 딱히 눈에 띄는 왕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무덤이 열린 순간, 그는 세상에서 가장 익숙한 이집트의 파라오가 되었다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출토된 유물은 총 10.000점
그의 다양하고 화려한 황금 예술품은 더불어 인류가 가진 유물들 중에서도 꽤 유명한 것들이 되었다
피라미드도 이집트 문명의 상징이자 국력과 경제력, 정치력의 집합체이다
고도로 발달한 건축 기술과 황금을 바탕으로한 막강한 경제력이 만나 피라미드를 탄생시킨 것이다
이제 사람들의 황금 숭배사상은 역시 그 문화의 찬란함과 마찬가지로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파라오는 내세를 꿈꾸며 이곳에 황금과 함께 잠들었으며 영원한 황금이 영생불멸의 꿈을 이뤄줄 거라 굳게 믿었다
앞서 살펴보았듯 금을 향한 이집트 인들의 열망은 그 어떤 문명보다도 열렬했다
4000년 전 제작된 지도에는 나일강 유역의 금광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으며
유적으로부터 알 수 있듯 그들의 황금 머리 장식품은 부자에게도 가난한 자에게도 필수품으로 취급되었을 정도였다
이렇듯 고대 이집트 문명의 토대는 바로 황금
그 위에서 이집트는 황금보다 더 빛나는 문명을 창조했다
실크로드(Silk Road)는 유라시아(Eurasia) 대륙의 북방 초원지대를 가로지르는 유구한 길이다
그리고 황금은 바로 이 길에서 새로운 문명과 만나며 다시금 찬란한 빛을 발했다
기원전 8세기부터 남부 러시아의 초원지대에서 활약한 최초의 기마민족 스키타이(Scythian)
이 스키타이는 북방 유라시아 대륙을 풍미하며 화려한 유산을 남긴다
자연을 숭배한 스키타이 사람들에게는 또 하나의 숭배 대상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황금이었다
이들의 자연과 학문에 대한 열광은 창의적이고도 생생한 미술품으로 거듭났고 장신구에서 무기까지 수많은 물건을 금으로 장식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사실 스키타이 인의 황금 숭배 사상에는 현실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다
그 이유인 즉 이동과 교역으로 살아가는 이들 유목민족에게 금이란
가장 안전한 재산으로 휴대성도 좋았고 어디서나 거래가 통하는 편리한 화폐였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남달랐던 것이다
그리고 문명과 민족을 넘나드는 '골드 오디세이'는
이제 이토록 금을 숭배한 유목민의 문화를 넘어 실크로드를 따라 아시아로 전해진다
사마천 '사기(史記)'에 보면 고촉이라는 왕국이 간략하게 소개됨..
15세기까지 세계사는 동양의 역사였다
인구도 경제력도 유럽과 맞먹었던 중국은 당시 최대 문명의 상징으로 통하곤 했다
게다가 우스갯소리로 중국인의 최대 종교는 황금이란 농담이 나오곤 하는데
이처럼 유별난 중국인들 황금 숭배의 기원은 3000년 전에 존재한 왕국 고촉(古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도의 청동 제련기술을 보여준 고촉 문명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역시나 황금이다
태양 숭배 사상이 강했던 중국에서는 수천년 전부터 다양한 황금 유물을 만들어 태양과 인간을 잇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고대부터 깃든 이런 황금 예찬은 지금도 중국 문화의 특징으로 남아있다
서기 4세기, 황금 문화는 마침내 신라(新羅)에 도착했다
기원전 57년부터 그 역사를 시작한 신라는 게이들이 알고 있듯 천년영화를 누린 국가였다
더불어 신라는 한반도 내 고구려와 백제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서역 등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독특한 문화를 형성해나갔다
당시 신라 사회의 역동적인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은 것은 무덤 속, 신라인들은 넉넉하고 진취적인 자화상을 바로 이 무덤 속에 그려넣었다
그리고 '황금의 나라'로 알려진 신라의 실체를 국제 사회에 널리 알린 것도 이러한 고분들이었다
위 사진의 고분은 5세기에 축조된 황남대총(皇南大塚)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이 왕릉은 남쪽 무덤을 먼저 만들고 이에 북쪽 무덤을 잇대어 만들었다
남분에는 왕을 북분에는 왕비를 묻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이후 주위를 압도하는 거대한 봉분이 열리자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 것은 찬란한 금빛, 놀랍게도 무덤의 주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황금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사실 신라에서 금이 처음 사용된 시기는 확실치가 않다
하지만 4세기 후반, 신라인들이 금을 다루는 기술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덕분에 신라인의 미감과 최고조에 달한 금공들의 솜씨가 곁들여진 거대한 왕릉은 권력을 이어받는 공간이었고 권위를 과시하는 무대였다
예상이 가능하듯 고대 사회에서 장례식이란 굉장히 거대하고도 특별한 이벤트로 통했다
그리고 왕실 일족들은 이러한 정치적 빅 이벤트에 모인 많은 사람로 하여금
자신들의 권위, 신분, 지위가 대단히 높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서 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게다가 실제로 왕의 위엄과 화려함을 보여주는 신라의 금 장식품들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황금 문화 유물의 하나로도 인정받는 바이다
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신라의 금관인데
이 금관은 당시 그들만의 정체성과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었던 신라의 그 꿈이 그대로 담겨있다는 평을 받고 있기에 특히 중요하다 할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발견된 고대 사회의 금관은 10여 점인데, 이중 절반인 무려 5점이 신라의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야말로 신라는 세계가 인정하는 금관의 나라이고 황금은 신라 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가 된 셈이다
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신라 전성기 때 서라벌에 35채의 금입택(金入宅)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사실 금입택은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한데 하나는 금으로 치장하고 금을 입힌 집, 또 하나는 금이 드나드는 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황금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은 분명하다
자 그렇다면 과연 당대 신라의 황금 문화는 어느정도 수준이었던 것일까
신라에 황금 문화가 한창 꽃피던 그 시절, 주변 국가들은 대개 신라의 황금을 '눈부신 금과 은'과 같은 표현을 써서 칭했다
역사란 언제나 자국의 문화를 자랑하기 마련인지라 과장이 포함되기 일쑤인데도
당시 이러한 반응들을 살펴보면 실상 신라의 황금 문화가 대단한 트렌드였다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서기(日本書紀)에서 신라를 '황금의 나라'라고 직접적으로 칭한 바가 있고
아랍인들은 '신라에 금이 너무 흔해 개목걸이조차 금으로 만들 정도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즉 이런 부분들로 말미암아 보자면 외지인들의 시선에 신라란 황금이 지천으로 널린 그야말로 이상향의 국가였다
그리고 이렇듯 한반도의 삼국과 더불어 중국 왕조 그리고 일본까지
동아시아 국가들의 고대사를 화려하게 물들인 것 역시 다름 아닌 황금이었다
세상 모든 문명들은 대체로 큰 강의 유역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역사의 정설은 마야(Maya)를 만나 깨졌다
마야 문명은 높은 기온과 축축한 공기가 가득한 원시림의 한 가운데서 그 터를 닦았던 것이다
물론 농사에 있어선 마야인들은 석기시대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문명에 관한 한 이야기는 한참 다른 것이었다
마야는 거대한 피라미드를 짓고 천문대와 각종 경기장을 남겼으며 당대의 원시적인 공구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예술품들을 만들어냈다
게다가 황금 유물은 본래 복잡한 공정과 섬세한 가공을 통해 탄생하기 마련인데
이런 점에서 서기 300년부터 900년 사이 전성기를 맞은 마야의 문명은 상당 수준이었다
마야인들은 우주와 시간을 하나의 개념으로 파악했다
그래서 예언을 믿었고 천문학과 역사학이 특히 발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역사를 기록한 마야의 그림문자를 스페인의 정복자들은 단순히 '악마의 기록'으로 치부했고 끝내는 전부 불태워버렸다
결국 마야의 황금기를 알 수 있는 귀중한 단서는 모두 사라졌고 그 문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신비한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었다
200년 동안 번영을 누렸지만 스페인에게 정복당한 아즈텍(Aztec) 사람들은 스스로를 멕시카(Mexica)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들의 멸망 이후 수많은 아즈텍 석조 신전과 도시는 원시림 속에 묻힌 채 버려졌다
그런데 햇빛에 말린 1억여 개의 벽돌을 쌓아 태양의 신전을 만들고 석조 문화를 발달시킨 것으로 보면
실상 사라진 이 아즈텍 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태양이었다
전성기의 아즈텍은 인구가 300,000에 이르렀고 370여 개의 도시가 세금을 납부하는 거대 제국이었다
그리고 아즈텍 인들은 지쳐서 어둠 속으로 잠기는 태양을 다음날 아침 다시 살아나게 하려면 피와 심장을 바쳐야 한다고 믿었다
때문에 희생 제의는 국왕의 신성한 권한이었고 국가를 지탱하는 중요한 의식으로 간주되었고 말이다
이들은 황금으로 제작한 2m 크기의 태양을 만들어 태양 숭배 신앙에 힘을 다했다
그리고 태양에 대한 숭배가 강해질수록 황금도 중요해졌다
예로 독수리와 같은 새의 모양을 본뜬 금 장식품들은 태양 숭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즈텍은 건설된 지 200년 만에 흔적도 없이 파괴되었다
덕분에 우린 이들의 황금 유물도 제국의 영광도 확인할 길이 없다
아즈텍 멸망의 날
원주민은 한 편의 시문을 남겼다
'우리 앞에 들이닥친 이 모든 불행,
우리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
그리고 황금이 불러온 인디오 문명의 비극은 남아메리카에서 한번 더 재현된다
국왕이 날마다 금으로 짠 옷을 입는 전설속의 엘도라도(Eldorado)
제국의 이름은 잉카(Inca)였고 이는 인디오 말로 '태양의 아들'이란 뜻이었다
태양의 아들들은 건축과 공예에 남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금이 풍부한 잉카에서는 일찍부터 금 세공술이 발달했으며 때문에 기원전 500년, 이미 왕관과 귀걸이, 팔찌 따위가 금으로 만들어졌다
남아메리카 잉카문명의 사람들이나 콜롬비아의 다른 부족들까지, 이들에게 있어 금이란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금은 태양이 준 선물이며 아름다운 물건이었고 지도자가 착용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다
나아가 잉카 인들은 금을 바쳐 태양을 노래했고 금을 소유함으로서 태양을 갖고자 했다
그러나 이들 역시 1532년, 스페인 정복자들의 침략으로 마야나 아즈텍 문명과 같은 운명을 맞았다
금의 가장 묘한 특징은 언제나 귀했다는 것이다
권력을 가진 자만이 황금을 쥘 수 있었고 황금을 많이 가질수록 권력은 강해졌다
그리고 고대 왕들은 황금으로 몸을 치장하고 금으로 장식된 궁전에 살면서 태양처럼 온 세상을 비추는 제왕이 되길 갈망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금을 향한 최고의 욕망을 보인 것은 이집트의 파라오(Pharaoh)
죽어서까지 황금관에 잠든 이들에게는 살아 생전 필수품이 있었는데 바로 자신들이 앉을 '황금 보좌(Golden Throne)'였다
순금으로만 만들어진 이 보좌는 신과 동등한 이집트 파라오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이었고 말이다
이집트에 파라오가 있다면 이스라엘엔 솔로몬(Solomon)이 있었다
성경에서 등장하길 가장 부유하고 호화롭게 묘사된 이스라엘의 왕
실로 솔로몬은 황금방패 500개를 만들고 자신이 사용하던 식기는 모두 황금으로 제작하도록 했다
어디 그 뿐인가
7년에 걸쳐 건축된 솔로몬의 성전(Solomon's Temple)은 벽에서 제단, 문짝까지 순금으로 덮여 있었다고 전해진다
황금에 대한 크나큰 사랑의 역사로는 이란에서 중앙 아시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페르시아(Persia)도 빼놓을 수 없다
70년에 걸쳐 제국의 모든 재물을 쏟아부은 궁전은 황금을 비롯한 진기로운 보물들로 채워졌으며
이들의 황제가 사용했던 모든 물건들도 황금으로 제작되었고 동시에 페르시아의 예법은 보다 엄중해졌다
다리우스 1세(Darius I)는 이러한 자신의 궁전에서 황금 왕관을 쓰고 황금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
또한 황금 보좌에 앉아 드넓은 제국을 호령했고 황금 욕조에서 몸을 씻었다
하지만 매년 초면 어김없이 각국의 사신들이 조공을 바치러 페르시아로 모여들었고 그들 수중의 황금은 오히려 점점 늘어만 갔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던가
다리우스 1세의 아들 크세르크세스(Xerxes I)의 욕망 역시 그 아버지에 못지 않았는데
한 예로 그가 제작토록한 정교하고 화려한 대형 전차의 겉은 모두 황금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한다
정말이지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 금에 대한 권력자들의 사랑은 언제든 식지도 시들지도 않았던 셈이다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황금뿐만 아니라 금색도 여간 좋아하지 않았는데 노란 색은 고대 중국 황실의 기본 색채였고 그들의 지고지상한 권위를 뜻했다
황금색 기와로 장식된 화려한 지붕은 오직 황궁에만 허락되는 특권이었으며 관료와 백성들은 금색 의상을 입을 수조차 없었다
이들에게 있어 제왕의 색이었던 금색은 부의 상징이었으며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또한 유럽에서는 황금 보유량이 곧 전투력이었다
황금만 있으면 군대를 모아 전쟁을 일으킬 수 있었고 또 적을 매수하여 전쟁을 막을 수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즉 용병을 모으고 월급을 주는 재력의 바탕이었던 금은 곧 왕의 직접적인 권력이었다
여성 권력자들은 일찍이 금의 특별한 효능을 간파했다
세기의 미녀라 칭송받는 클레오파트라(Cleopatra VII Philopator)는 황금 테라피(Therapy)의 시초, 그녀는 밤마나 황금으로 마사지를 했고
중국 청나라의 서태후(西太后)는 황금 봉으로 얼굴을 두드리며 젊음을 유지하고자 했다
말 그대로 권력은 황금을 얻어 강력해졌고 황금은 권력을 얻어 더 고귀해졌다
녹이 슬지도 변색되지도 않는 황금은 가장 신성하면서도 가장 세속적인 것이라 할 것이다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듯 욕망의 절제를 강조하는 종교마저도 황금과 밀접하게 관련된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맨 발의 예수(Jesus)는 죽어서 황금으로 장식되었고
사람들에게 무소유(無所有)를 주창하는 불교의 부처(Gautama Buddha) 역시 죽어서 금으로 뒤덮혔다
뿐만 아니라 실상 모든 종교는 황금을 통해 자신들의 신성함과 전통성을 과시하며 황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카톨릭에서 금이란 성물을 장식하는 도구였으며 이로부터 황금 십자가는 물론, 성경과 예수의 수난상까지 줄곧 화려하게 장식되곤 했다
또한 성물에서 나아가 휘황찬란한 금빛으로 장식된 대성당은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을 압도할 정도였고
이와 함께 성직자는 금 장신구로 몸을 치장해 성스러움과 권위를 표현했다
성 소피아 성당(The Saint Sofia Church)은 10톤이 넘는 황금을 들여 화려함을 더했고
그 화려함으로부터 신성함을 과시한 대표적인 예이다
역설적이게도 여기서 금은 신도들에게 최상의 경배를 드리고자 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데 사용된 일종의 도구였던 것이다
한편 불교에서 금색은 그냥 애초부터 신성함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불상에서 가사(袈裟), 부적(符籍)까지 불교의 성물은 종류를 막론하고 전체 표면을 금색으로 칠해져있는 것은 다들 잘 알고 있을 것이고
보탑이나 제단 역시 마찬가지, 사실상 그야말로 눈 닿는 곳마다 황금빛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카톨릭과 매한가지로 불교에서 반짝이는 금빛은 신앙심마저 빛나게 하는 일종의 권력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는 앞서 밝인 바와 같이 다른 종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힌두교에서 금이란 부와 번영의 상징을 뜻했으며 이러한 믿음은 인도인들을 세계 최대의 금 소비자로 만들었다
이처럼 카톨릭 불교 힌두교를 막론하고 인간의 간절한 소망이 닿는 곳에는 언제나 황금이 있었다
금은 수많은 고대 종교가 현대로 이어지는 긴 세월 동안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온 오래된 믿음인 것이다
아마도 황금을 향한 인간들의 열렬한 소망은 긴 시간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빛을 발할 것이다
황금이 그러한 것 처럼 말이다
' 그대는 황금을 안전하게 만질 수도 있겠지만,
만약 황금이 그대의 손에 붙어버린다면 황금은 순식간에 상처를 입한다. '
-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갖고자 했으나 가질 수 없었던 태양을 대신해 인류는 황금을 원했다
하지만 금의 마력에 눈뜬 순간 태양은 잊혀지고 황금만이 남았다
제국의 운명을 결정할 '골드 오디세이(Gold Odyssey)'
그 찬란했던 여정의 종착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영원불멸의 금빛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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